경제·금융

[은행 경영비전 2004] (기고) 구본성 금융연구원 연구위원

지난해 은행들을 괴롭혔던 문제들이 올해에도 완전히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가계부실 및 신용불량자 문제 등의 불확실성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고 내수위축으로 인한 경기 양극화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또 저금리 기조로 인한 자금의 단기화 현상이 지속되고 은행들도 민영화 및 대규모 합병에 따른 후속작업이 이어져 쉽게 경영이 안정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올해 국내 은행들의 지상과제는 수익성 회복에 초점을 둔 경영이 될 것이다. 수익성은 당연한 경영 명제이지만 올해 국내은행에 있어 수익성 확보는 미래를 향한 하나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그동안 은행들은 가계대출 및 현금서비스 수수료로 엄청난 수익을 향유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 불거진 과다한 가계신용 제공으로 인한 신용불량자 및 가계부채 부실로 은행권의 추가손실은 여전히 불가피한 상황이다. 즉, 어느 때보다도 신용위험의 관리에 초점을 둔 수익관리가 요구된다고 하겠다. 특히 자영업자 또는 서비스업에 대한 여신확대는 내수위축으로 자칫 추가 부실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경기회복을 기대한 기업대출 보다는 소기업 및 가계대출에 대한 신용위험을 적정 수준으로 통제하는 범위 내에서 수익기반을 확대하는 경영기조가 요구된다. 앞으로 부동산담보대출에 의한 이자수익 중심의 영업구조는 비이자 수익에 의해 계속 보완돼야 한다. 은행의 보험상품 판매와 지수연동형예금 및 해외수익증권 판매 등 금융 슈퍼마켓이라 얘기할 정도로 소매영업 환경은 크게 개선되었다. 그러므로 국내 은행들은 선진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고객 당 교차판매비율`을 높일 수 있도록 적극적인 마케팅을 벌여야 할 것이다. 내부적으로는 마케팅 전략변화에 맞춘 인사조직의 개편이나 IT(정보기술)인프라의 활용, 영업점 운영형태 등의 변화도 적극 병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은행들의 자산운용은 자금단기화 현상의 지속에도 불구하고 장기적 관점의 변화가 필요한 시기에 진입할 것 같다. 그 동안 단기자금의 지속적인 유입에 따른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은행들은 국공채 투자를 확대해왔다. 상반기에 도입될 예정인 주택담보저당채권제도는 장기채권의 비중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자칫 만기불일치 위험을 증가시킬 소지가 높다. 따라서 현재 국내 은행들의 유동성 상태는 양호한 상황이지만 금리상승 진입기에는 일반적으로 자산부채관리를 효율화해야 한다. 향후의 금리변동에 대비하여 은행들은 장기자산운용전략의 체계화와 장기투자위험관리에 대한 중장기 청사진을 마련하여 지속적인 관심 및 점검을 기울여야 할 때다. 다음은 주주관리체계의 강화이다. 대부분 은행에서 외국인지분율은 사상 최고에 이르고 있다. 일부에서는 급격한 지분율 상승에 따른 우려감도 상당하다. 일부 금융계 인사들은 이러한 우려감을 반영하여 선도은행 인수를 위한 사모펀드를 모집하는 등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외국인지분율 확대는 국내 은행산업의 미래에 대한 긍정적 평가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좋은 소식이다. 반면 국내 대주주 또는 주요 주주들의 경영권 유지에 있어서 상당한 잠재적 위협이 될 수 있다. 끝으로 대형은행들을 중심으로 전략적 차별화에 초점을 둔 변화가 요구된다. 외환위기 이전의 기업여신 문제나 최근의 신용카드 문제에서 쉽게 볼 수 있듯이 은행들의 경영방식이 지나칠 정도로 유사하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은행들의 해외진출 전략에서도 은행간 특성은 아직까지 뚜렷이 구분하기 어렵다. 진정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국제적 은행이 되기 위해서는 대내외 시장에서 은행별 비전과 역량에 걸 맞는 지역 및 상품전략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현 시점에서 대형은행의 전략적 차별화는 국내 은행시스템의 안정화 측면에서도 절실히 요구되는 경영과제에 해당된다. 결국 올해 은행 경영은 수익성 측면에서 `변곡점`에 해당되는 매우 중요한 시기이다. 단기간 동안 기형적으로 늘어난 가계신용 관련 부실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가와 마케팅 역량 및 전략적 차별화의 성공여부에 따라 은행별 장기수익 기조는 결정될 것이다. <김정곤기자 mckid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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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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