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기업입장 반영 안된 준법지원인제도

준법지원인 채용을 의무화하는 상법시행령 개정안이 입법 예고되자 관련기업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준법지원인 채용이 의무화되는 기업 규모와 관련해 업계의 의견이 거의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법무부가 예고한 상법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내년부터 자산규모 3,000억원 이상 상장사는 의무적으로 준법지원인을 두도록 했다. 기업들은 준법지원인제도에 대해 기본적으로 반대일 뿐 아니라 의무규정을 두더라도 자산규모 2조~5조원 이상의 대기업으로 한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왔다. 감사 및 준법감시인 등과 중복될 뿐 아니라 기업 인력관리에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입법예고안은 이 같은 기업의 입장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채 사실상 법조계의 주장을 그대로 수용한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법무부는 상장회사의 자산규모와 매출액 등을 고려해 대상 기업의 규모를 결정했다고 하지만 왜 자산규모 3,000억원 이상 기업의 경우 준법지원인을 반드시 둬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이고 설득력 있는 근거가 불분명하다는 지적이다. 준법지원인 자격과 관련해서도 법무부서나 감사ㆍ준법감시인 경력자까지 포함시켜 선택의 폭을 넓혔다고 하지만 사내 법률부서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법학사 이상의 경력자로 못박는 바람에 실제 대상자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회사의 준법통제기준 준수 여부 등을 파악해 이사회에 보고하는 것이 주된 업무인 준법지원인의 업무성격에 비춰 꼭 법학사 출신이어야 하는지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경영활동과 관련해 법률 관련 전문인력이 필요할 경우 기업들은 변호사를 직접 고용하거나 자문변호사 등을 통해 알아서 해결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준법지원인 같은 역할이 중요해지면 알아서 관련부서를 확대하고 전문인력 채용을 늘려나갈 것이다. 굳이 옥상옥이라는 지적을 받는 준법지원인제도를 강제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국회 심의과정 등을 통해 준법지원인제도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보완하고 기업의 부담을 덜어주는 방향에서 개선안이 마련돼야 한다. 특히 준법지원인 채용이 의무화되는 기업의 규모를 대폭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기업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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