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9월 16일] 오락가락하는 '010 통합 정책'

"정부 정책만 믿고 010으로 바꿨는데 도대체 이런 경우가 어디 있습니까." 보험 영업을 하는 김모(38)씨는 요즘 불면증으로 시달리고 있다. 지난달 10년 넘게 사용하던 016 휴대폰 번호를 010으로 바꾼 후 단골 고객들이 전화를 피하고 있어서다. 그는 "정부가 010 통합을 추진한다고 해서 고민 끝에 번호를 바꿨는데 혼자만 바보가 됐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방송통신위원회가 15일 내놓은 '010 번호통합 정책'의 수정안을 놓고 국내 통신업계의 잡음이 커지고 있다. 방통위는 이날 010 번호로의 통합을 국내 이동통신사의 2G(2세대) 서비스가 종료될 것으로 예상되는 오는 2018년으로 연기하고 내년부터 01X 가입자에 한해 3년 동안 한시적으로 3G 가입을 허용한다고 밝혔다. 방통위의 이번 수정안은 겉으로는 번호통합 정책을 둘러싼 논란을 잠재우면서 01X 가입자의 선택권을 최대한 보장해주겠다는 절충안처럼 비친다. 하지만 내심 속내를 들여다보면 소비자의 권리가 아닌 특정 통신사의 입장을 대변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현재 국내 01X 가입자는 SK텔레콤이 606만명, KT가 94만명, LG유플러스가 178만명이다. 방통위의 계획대로 3년 동안 한시적으로 01X 번호표시 서비스를 허용하면 01X 가입자가 가장 많은 SK텔레콤이 불리한 반면 KT는 절대적으로 유리한 구조다. 통신사 간 차별화를 없애겠다는 취지로 시행된 010 번호통합정책이 결과적으로 역차별을 조장하는 꼴이다. 당장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반발 성명을 내고 불가 입장을 천명하고 나섰다. 010 번호통합 정책은 업계의 이해관계와 정부 정책의 일관성으로만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 무엇보다 방통위가 010 번호통합 정책을 놓고 우왕좌왕하면서 정작 애꿎은 소비자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소비자들의 편의를 위해 도입한 010 번호통합 정책이 거꾸로 소비자들의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는 셈이다. 방통위가 010 번호통합 정책을 포기할 수 없다면 지금이라도 통합 시기를 명확히 밝히고 여론 수렴의 과정을 거치면 된다. 반면 번호통합 정책이 수명이 다했다고 판단된다면 정책을 포기하는 용기도 필요하다. 절충안만 찾을 것이 아니라 과감한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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