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비극적 삶 살아가는 21세기 지구촌 여성들

[화제의 책] 절망너머 희망으로 (니콜라스 크리스토프ㆍ셰릴 우던 지음, 에이지 21 펴냄)

지난해 세계 여성의 날 인도의 한 여성이 여성의 핍박에 저항하는 플래카드를 펼쳐 보이고 있다. /한국일보 DB


'젠더사이드'(gendercide). 특정 성별을 조직적으로 살해하는 행위를 뜻한다. 지난 50년 동안 여성이라는 이유로 죽어간 이들의 수는 20세기에 인종간, 지역 간 갈등으로 벌어진 모든 전쟁에서 사망한 남성들을 모두 합한 수 보다 많다. 퓰리처상을 수상한 부부 저널리스트 니콜라스 크리스토프와 셰릴 우던이 21세기에 노예의 삶을 살아가는 세계의 여성들의 비극적인 삶을 담은 보고서를 펴냈다. 그들이 세계를 돌아다니며 담은 여성들의 삶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참하다. 캄보디아의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한 소녀는 열 다섯 살에 인신 매매단에게 넘어가 매춘을 강요받았다. 천신 만고 끝에 탈출했지만 경찰은 소녀를 다시 인신 매매단에게 넘겼다. 신흥 경제 대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인도에는 지참금을 적게 가져온 여성들을 처벌하거나 남성의 재혼을 위해 여성을 살해하는 '신부 불태우기'가 있다. 이로 인해 두 시간에 한 명씩 여성이 죽어간다. 중국에서는 초음파 기술이 확산되면서 태아의 성별 확인이 가능해지자 많은 여아들이 낙태됐다. 낙태를 금지시키자 어쩔 수 없이 아이를 낳은 부모들은 남아가 아프면 곧바로 병원에 데려가지만 여아가 아프면 '글쎄, 내일까지 한번 지켜보자'며 망설인다. 아프가니스탄의 한 사내는 아내와 아들이 동시에 아프자 아들에겐 약을 사주었지만 아내에겐 사주지 않았다. 그에게 아들은 진귀한 보물과 같았지만 아내는 언제라도 바꿀 수 있는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저자들은 19세기의 '노예제도', 20세기의 '전체주의'가 우리 사회에서 타파해야 할 주요 도덕적 목표였다면 현시대에 가장 우선시해야 할 도덕적 목표는 '양성평등'의 실현이라고 주장한다. 양성평등은 단순히 도덕적인 문제만은 아니다. 여성을 돕고 지원하는 것이 빈곤을 퇴치하는 열쇠라고 책은 말한다. 여성들이 남성들처럼 억압에서 해방시키고 교육시키면 경제성장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은 동남아시아의 신흥경제국들과 세계 곳곳에서 증명되고 있다. 2008년 골드만삭스는 연구 보고서를 통해 "성차별은 경제성장을 저해한다"고 말했고 미 국방부는 대테러 정책으로 보복 공격이 아닌 여성 교육과 같은 '풀뿌리 프로젝트'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처참한 사례가 나열된 책은 현재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을 담은 것뿐이기에 더욱 충격적이다. 다소 긴 번역 문체가 책의 집중도를 흐리게 만들지만 처참한 세계 곳곳 여성의 이야기와 희망을 이야기하는 저자의 호소는 마음을 흔들기 충분하다. 1만 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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