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십자각] 장막을 걷어라
오철수 증권부 차장
오철수 증권부 차장
오철수 증권부 차장
"후보추천위원회가 구성돼 선정작업을 하고는 있지만 후보추천 기준이나 현재 진행상황 등 구체적인 내용은 우리도 잘 모릅니다."(재정경제부의 한 관계자)
증권거래소와 코스닥증권시장ㆍ선물거래소 등을 통합한 한국증권선물거래소 초대 이사장 선임작업이 '베일'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
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15일 이사장 후보 공모를 마감한 뒤 서류심사ㆍ면접을 거쳐 막바지 후보 선정작업을 하고 있지만 진행상황에 대해 일절 입을 열지 않고 있다. 정부 주변에서는 '2배수로 압축됐다'거나 '3배수로 추천될 것'이라는 등의 소문이 나돌고는 있지만 정부 관계자들은 '노코멘트'로 일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사장 선임과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증권거래소 노조는 "정부가 정치적인 이유 때문에 특정인을 이사장에 앉히려 하고 있는 게 아니냐"며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런 점에서 정부는 지난 6월 실시된 한국증권금융의 사장 공모과정을 눈여겨봐야 할 것 같다. 당시 후보추천위원회는 1명의 후보를 추천하려다가 공정성 시비가 일자 3명의 후보를 복수 추천, 주총에서 회원사인 증권ㆍ선물회사들이 선출하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투표에 참여한 회원사들로부터 어떤 잡음도 나오지 않았다. 물론 노조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이는 그만큼 선정기준과 절차가 공정하고 투명했음을 의미한다.
통합거래소 이사장은 동북아 금융허브를 목표로 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자본시장을 이끌어갈 선장이다. 선임과정의 공정성을 의심받는 사람이, 더군다나 증권ㆍ선물 분야에 경험이 없는 인사가 정부의 입김으로 이사장에 선임된다면 통합거래소를 효율적으로 이끌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 문제로 통합거래소 노사가 힘을 결집하지 못하고 삐걱거리면 우리의 자본시장은 일본이나 중국 등 인접국과의 경쟁에서 점점 밀릴 수밖에 없다. 통합거래소의 주인은 정부가 아닌 증권사와 선물회사들이다. 정부는 이제라도 분명한 기준을 제시하고 투명한 절차를 통해 이사장 후보 선임작업을 진행해야 한다. 이렇게 해서 증권사와 선물회사들이 주총에서 자본시장 경쟁력 제고에 적합한 인물을 고를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csoh@sed.co.kr
입력시간 : 2004-11-24 16: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