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과 세상] 대참사에도 차분한 日… 그 원천은?

■일본문화사(폴 발리 지음, 경당 펴냄)





일본인들 영원한 것에 관심없고
사멸하기 쉬운 아름다움 선호 등
위기상황서 의연한 자세로 표출
일본 국민들은 어떻게 이 엄청난 참사에도 차분할 수 있을까. 일본이 대지진과 방사선 유출 위험에 처하면서 '가깝고도 먼나라'에 대한 관심이 새삼 커지고 있다. 미국의 역사학자 폴 발리 컬럼비아대 명예교수가 지은 '일본문화사'는 일본인 사고방식의 근간이 되는 일본 문화 전반을 살펴본다. 선사 시대 일본인의 기원부터 중세 정원의 미학, 주군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주신구라'(忠臣藏)이야기,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7인의 사무라이', 게이샤, 전후 대중만화 붐, 현대 작가 요시모토 바나나의 문학세계에 이르기까지 일본 문화의 주요 장면들을 다룬다. 그 속에서 미야비(雅ㆍ세련된 우아함), 모노노아와레(사물이나 사건 등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감수성), 사비(寂ㆍ쓸쓸함) 등 일본 문화의 밑바탕에 깔린 미적 감수성들을 풀어낸다. 저자는 일본인들이 '자연스런 아름다움(beauty in nature)'에 최고의 미적 가치를 부여해 왔다고 분석한다. "일본인들은 지속적이거나 영원한 것이 아닌, 깨어지기 쉽고 빨리 지나가 버리며 사멸하기 쉬운 것 안에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추구한다. (중략) 사멸하기 쉬운 아름다움을 선호하는 일본인의 감수성에는 시간의 흐름에 대한 예민한 감각이 깔려 있다."저자는 바로 그 같은 감수성을 통해 일본인의 미학적, 예술적 천재성을 들여다본다. 단순히 문화사적 사건이나 인물, 작품을 나열하는 것을 넘어 메이지유신, 태평양전쟁 등 정치 사회적 배경과 연관지어 서술한 것도 이 책의 또다른 특징이다. 저자는 일본 문화의 실체적인 힘이 창조적인 모방 능력에 있다고 지적한다. "이 책의 중심주제는 전근대시대에는 중국으로부터, 근대에는 서양으로부터 풍부한 문화적 차용을 해왔음에도 자국의 핵심적인 사회적ㆍ윤리적ㆍ도덕적 가치들을 유지하고 보존해왔으며, 그럼으로써 일본인들은 항상 외국으로부터 차용한 것을 자신의 취향과 목적에 맞도록 응용해왔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데에 있다." 그러나 저자가 고대 일본문화의 형성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한반도와의 밀접한 연관성을 거의 무시하거나 축소, 간과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전반적으로 저자는 일본문화의 토대로 중국문화를 강조하면서 일본문화에 대한 지나친 애정을 숨기지 않고 있다. "신석기시대 일본인들이야말로 세계에서 가장 먼저 토기를 만든 장본인"이라거나 기마술ㆍ 갑옷ㆍ 마구(馬具) 등에 대해 "대륙의 침입자들에 의해 일본에 전해진 것이 아니라 일본인들 스스로 수입한 것임에 틀림없어 보인다"고 지적하는 데에서 드러난다. 하지만 고대부터 현대까지 문학, 연극, 영화, 건축, 조각, 회화, 음악, 종교, 정원, 만화, 대중문화 등 일본 문화의 전 분야를 망라한 개론서로서 책은 큰 의미를 지닌다는 평가다. 1973년 초판이 미국과 영국에서 출간된 이래 현재 4차 개정판(2000년)까지 나왔고 이번 한국어판은 4차 개정판을 번역한 것으로 역주를 통해 고대 한일관계를 보충했다. 2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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