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지식인의 사기는 참을 수 없는 유혹?

역사의 사기꾼들(랜덤하우스 중앙 펴냄)<br>지식의 사기꾼(시아출판사 펴냄)<br>과학의 사기꾼(시아출판사 펴냄)




생물발상법칙 발표를 위해 사진을 조작했던 생물학자 에른스트 헤겔

가짜트로이 유적을 발굴했다고 대중을 속인 고고학자 하인리히 슐리만

"서둘러 인정받고 싶은 욕망에 실험·관찰결과 위조·조작 등 양심의 소리 외면하기 쉬워"
TV 뉴스와 신문의 사회면에 심심찮게 등장하는 사건 중 하나가 사기 관련 범죄다. ‘황우석 교수 줄기세포 파문’이 말해주듯 대쪽같이 고고할 것만 같은 지식과 학문의 세계에서도 사기사건은 드물지 않다. 1830년 영국의 수학자 찰스 배비지가 학문세계에서 일어나는 역사적 사기현상을 체계적으로 다룬 논문을 발표할 정도로 지식인들의 사기는 인류가 학문에 매진해 온 역사와 그 궤를 같이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학문의 사기는 어떻게 일어나며 또 어떤 것들이 있을까? 지난해 말부터 많은 사람들의 궁금증을 낳았던 질문에 대답을 할 수 있는 책들이 잇달아 발간되고 있다. ‘역사의 사기꾼들’(랜덤하우스 중앙 펴냄), ‘과학의 사기꾼’과 ‘지식의 사기꾼’(시아 출판사 펴냄). 3권의 저자는 독일출신의 수의학자이자 인문학자인 하인리히 창클로 학계와 언론을 상대로 눈속임을 해 온 학자라는 직함을 단 지식인들의 다양한 사기행태를 흥미진진하게 그려내고 있다. 책 3권에 소개된 80여 사례들에는 마르코 폴로, 그레고어 멘델, 지그문트 프로이트, 아이작 뉴턴,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등 인류의 발전을 이끌었던 지식인들도 대거 포함돼 있다. ‘과학의…’과 ‘지식의…’은 2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천문학자 프톨레마이오스의 표절부터 후지무라 신이치의 가짜 유물 발굴까지 과학과 인문학 분야에서 걸쳐 드러난 학문적인 오류와 사기사건을 모았다. 학문연구에서 벌어지는 가장 심각한 사기 형식은 ‘위조’(forging). 실험이나 관찰의 결과들을 임으로 만들거나 아니면 완전히 바꿔치기하는 일을 말한다. 위조보다 광범위하게 만연된 것은 ‘요리하기’(cooking). 가설에 들어맞지 않게 값들을 빼버리거나 실험이나 계산의 결과들을 ‘맛있게 꾸며’ 조작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정직한 학자들이라도 누구나 한번쯤은 이런 식의 유혹에 부딪친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처음부터 측정값을 미리 기대했던 범위에 맞을 때까지 계속해서 조작하는 ‘다듬기’(trimming) 혹은 ‘데이터마사지’ 그리고 학문에서는 해서 안될 행위인 ‘표절’ 등 마땅히 그렇지 않아야 할 학문에서 벌어지는 부조리는 다양하다. 황우석 박사가 벤치마킹(?) 했을 법한 사례도 있다. 모든 생물의 초기단계에는 아가미 구멍과 꼬리의 흔적이 공통적으로 발견된다는 ‘생물발생법칙’을 발표했던 생물학자 에른스트 헤켈은 1860년대 당시 자신의 생각이 일치할 때까지 사진을 조작해 인간의 배아 모습이 올챙이처럼 보이게끔 만들었다. ‘역사의 …’은 당대를 움직인 최고 학자들이 일으킨 오류와 착각과 비판의 결핍으로 벌어진 사례를 소개해 지식인들이 저지른 치명적인 오류가 오늘까지 어떠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저자는 많은 학자와 연구자가 서둘러 인정받고 싶다는 욕망 때문에 자신의 깨달음이 오류일지 모른다는 양심의 소리를 외면해 버리기 쉽다고 지적한다. 책은 저자의 2004년 최신작으로 고고학부터 인류학, 의학, 약학 등 전작보다 더 광범위하다. 심각한 과학적 오류로 인간의 목숨을 위협했던 ‘조산아의 망막병증’(40년대 조산아에게 산소를 주입하라는 의사의 권고로 원인을 알면서도 12년간 1만명의 아동들이 시력을 잃었던 사건)부터 메트로폴리탄 생명보험회사가 가산금 부과를 위해 고안한 ‘이상 몸무게’까지 대중을 대상으로 한 지식인들의 다양한 사기행태를 읽을 수 있다. 저자는 “학문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기사건을 일반인들에게 알리기 위한 것이 집필 목적”이라고 밝히며 “학문연구와 사기를 구분하기 쉽지 않으며 폐쇄적인 연구환경 일수록 연구자의 사기 유혹은 더욱 커진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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