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구멍 뚫린 對北·對中정보력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전격 중국을 방문한 지난 20일. 국내외 언론은 8시간 넘게 '김정은 방중'이라는 대형오보 소동을 벌였다. 오전 9시 넘어 연합뉴스를 시작으로 오후 5시30분쯤 청와대 관계자가 "김정은이 아니라 김정일이 방중했다"고 확인해줄 때까지 오보행진이 이어진 것이다. 이렇게 된 데는 기본적으로 현 정부의 북한과 중국에 대한 취약한 정보력이 바탕에 깔려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정부는 언론이 8시간 이상 오보소동을 벌이는 동안 김정일 방중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고 허둥댄 정황을 곳곳에서 드러냈다. 실제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이날 오전 "방중사실을 듣지 못했고 중국 측으로부터 통보를 받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관계자도 오후 "특별열차가 넘어간 것 외에 확인할 것이 없다. 추측이나 분석에 근거해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물론 외교관례상 초청 당사자와 방문자 측에서 밝히지 않는데 3자 격인 우리가 먼저 확인해줄 수 없는 문제가 아니냐, 또는 김정일 방중 같은 극비정보를 제때 파악하기가 어려운 게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김정일 방중 때마다 번번히 정보를 파악하지 못해 혼선을 초래하는 것은 대북 나아가 대중 정보력에 대한 우려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단순히 해프닝으로 치부하거나 외교관례를 들어 묻어둘 성질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난해 5월 김정일 방중에 며칠 앞서 이명박 대통령은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까지 가졌으나 김정일 방중에 대한 어떤 정보도 듣지 못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지난해 8월 김정일 방중 때도 정부는 관련 정보를 사전 파악하지 못한 모습이었다. 안보만큼은 확실히 책임지겠다는 보수정권에서 이 같은 정보수집 능력의 부재는 모순이 아닐 수 없다. 현 정부는 김대중ㆍ노무현 정부를 '대북 퍼주기 정권'으로 규정한 뒤 햇빛정책과 6ㆍ15, 10ㆍ4 남북공동성명을 폐기 처분한 지 오래다.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 이후에는 의약품 등 대북 인도적 지원마저도 제한하고 있다. 북한이 거듭된 도발에 사과하고 핵을 폐기하면 1인당 국민소득 3,000달러를 올릴 수 있을 정도로 과감히 지원해주겠다고 밝혀 왔다. 현재 정부의 대북ㆍ대중 정보력으로는 왠지 믿음이 가지 않는다. 현 정부 들어 대북관계가 악화되고 대중관계는 소원해지면서 북한의 중국에 대한 의존이 날로 심화돼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보수와 진보정권을 떠나 국가의 안녕과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것은 기본이다. 평화를 지키면서 국가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혜안을 갖춰야 한다. 일이 터질 때마다 규탄만 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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