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이 들썩인다고 한다. 이사철이면 으레 전셋값이 오른다지만 이번 전셋값 움직임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은 민감하다.
엄밀히 따지자면 지금은 이사철도 아니다. 이사철에 대비한 전세계약은 각급 학교들의 방학 시즌인 지난 8월 말로 끝났기 때문이다.
일선 중개업소에서는 전셋값 상승이 정부의 대책 탓이라고 입을 모은다. 집값이 떨어지다 보니 집을 사려던 사람들도 당분간 전세를 유지하려는 경우가 많아 상대적으로 매물이 적고 값도 오른다는 것. 마포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기존 세입자들은 당장 집값이 오를 것 같지도 않고 집구하기도 어려우니 계약을 연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이렇다 보니 새로 나올 전세 매물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부 대책 직후 강남ㆍ분당 등의 매매가가 적게는 몇 천만원에서 많게는 몇 억원씩 떨어졌지만 전셋값은 오히려 몇 천만원씩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강남권뿐 아니라 마포 등 비강남권에서도 조금씩 전셋값이 움직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의 8ㆍ31부동산종합대책 효과에 대해서는 아직 의견이 분분하기는 하지만 과거와는 강도가 다른 만큼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어느 정도 ‘약발’이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대책 자체가 너무 집값 잡기에만 집중되다 보니 이로 인해 생길 ‘부작용’에 대한 대책은 상대적으로 소홀하다는 지적도 많다.
서민을 위한 내 집 마련 금융지원이 일부 포함돼 있고 판교ㆍ송파 신도시에 임대주택을 확대하는 방안이 있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정책의 무게는 ‘강남 집값 잡기’에 더 기울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정부가 손을 놓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문제는 얼마나 적기에 시장 상황에 대응하느냐 여부다.
이미 수 년 전부터 계속돼온 강남권 집값 상승을 크고 작은 수 십여 차례 끝에야 겨우 잡은 것이 사실이다. 이 과정에서 집값은 오를 만큼 올랐고 정부 대책으로 그동안 계속돼온 ‘거품’이 완전히 걷히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집값의 ‘하방경직성’ 때문이다. 정부의 집값 안정책이 서민주거 안정을 목표로 삼고 있는 만큼 최근 확산 기미를 보이고 있는 전셋값 오름세에 안이하게 대처하는 우(愚)를 범하지 않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