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Book In Depth] 대북지원기관 대표 - 탈북자가 보는 '통일 담론' 시각차

통일준비요원 10만명 양성하라

■ 준비된 통일 대박의 조건

이윤생 지음, 포럼 펴냄


대북지원기관 대표의 '통일 매뉴얼'
北 특성 잘아는 인력없인 분열 야기
통일수도는 서울~김포~개풍 연결
군사 통합은 신중히 접근해야


박근혜 대통령이 올초 '통일 대박'을 말하면서 통일 논의가 한창이다. 통일은 한쪽이 다른 한쪽을 이기거나 흡수하는 것을 전제로 하면 이뤄지기 힘들다. 남녀가 결혼하려면 서로의 인정과 신뢰가 기반이 돼야 하듯이 통일도 마찬가지다. 남한 정부는 통일 화두를 천명했지만 북한은 박 대통령을 조롱하며 어깃장을 놓고있다. 어디서부터 둘의 관계는 비틀어지고 꼬인 것일까. 사실 동질성 회복, 인도적 지원, 남북 인프라 경협을 골자로 하는 박 대통령의 드레스덴 선언은 새로울 것도 없다. 고 박정희 대통령의 지난 72년 남북공동성명부터 92년 노태우 대통령의 남북협력 기본합의서, 고 노무현 대통령의 10·4 공동선언에 이르기까지 역대 대통령은 남북 동질성 회복과 경제 사회 등 전반의 교류 협력을 문서화하며 실행 의지를 내비쳤다. 하지만 공동 문서는 휴지 조각이 돼버렸다. 이 가운데 대북지원기관 대표와 탈북자 출신의 회사원이 통일의 담론을 담은 책을 나란히 냈다. 그런데 두 저자가 통일을 바라보는 관점과 시각이 철저히 대비돼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있다. 전자는 철저히 남한 입장에서 북한을 수용하는 행정 매뉴얼에 가깝다. 통일인력 10만 양성, 서울-김포-개풍을 아우르는 통일수도, 무지개정책 등 생생하고 구체적인 통일 방안을 담고있다. 후자는 통일을 하려면 먼저 북한 유일 독재체제를 인정하고 화해와 신뢰를 회복하는데서 시작하라고 주장한다. 북한 체제를 바꿔나가려 하지말고 개성공단 같은 경제협력의 확대를 통해 북한에 시장경제를 심는 길이 가장 빠른 통일이라고 설파한다. 이 두 권의 책을 통해 따로 또 같이 갈 수밖에 없는 남북의 '통일'을 다시 생각해본다.

통일준비요원 10만명 양성, 서울-김포-개풍(북한)을 연결하는 통일수도, 북한의 지하자원을 활용한 통일비용 조달, … 박근혜 정부가 '통일 대박'으로 통일 논의에 불을 지피자 통일의 방법론과 시나리오를 제시하는 책들이 앞다퉈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번 책은 독일 통일 과정을 면밀히 짚어보며 상당히 구체적인 통일 방안을 제시해 '통일 매뉴얼'이라고까지 느껴질 정도다.


특히 지난해부터 남북의료협력재단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저자는 향후 1~2년내 김정은 정권이 장기집권할 지 조기 붕괴될 지를 가르는 중요한 시점이라고 내다봤다. 물론 급격한 체제변동이 와도 사회주의 체제의 즉각적인 전복이나 무정부 상태를 예상하진 않는다. 중국이 현상유지를 바라고 있고, 북한 내에 민주주의-시장경제를 지향하는 정치세력이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정 속에 저자는 철저하게 남쪽의 시각에서 통일을 바라본다. 통일독일이 겪었던 많은 혼란을 반면교사 삼아, 기존 체제를 분해하고 하나로 흡수하는 과정이 물 흐르듯 진행되기 위해서는 역시나 많은 준비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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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가장 먼저 꼽는 것은 '통일인력 10만명 양성론'이다. 남북의 행정·군사·법·경제적 통합을 위해 교육받은 공무원 3만명, 자문단으로 활동할 퇴직 공무원 2만명, 직업훈련원 등 민간부문의 인력 3만명, 각종 민간단체(NGO)에서 북한 지원을 담당할 2만명 등이다. 북한의 조직과 특성에 대해 잘 교육받고 구체적인 방향성까지 숙지한 인력 없이는 오히려 북측과의 분열만을 조장하기 쉽다는 얘기다. 양국 통합작업을 할 인력을 확보했다면 다음은 북한의 자산 소유권 처리방안이다. 구 동독지역의 자산에 대해 원소유권을 성급하게 인정했던 통일독일은 223만건의 부동산 반환소송을 자초했고, 이는 투자 위축 및 천문학적 통일비용 증가로 이어졌다.

저자의 주장은 원칙적으로 북한지역 자산은 북한 주민에게 분할하지만, 가능하다면 자산 대신 보상으로 유도하고 국가 보유분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것을 대북 선전에도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북측 주민 입장에서 통일 이후 현재 점유한 토지를 인정받고 추가로 분배받을 수 있다는 것이야 말로 가장 강력한 심리전 수단이 아니냐고 되묻는다.

국가체제로는 1국가 1중앙정부와 함께 북한지역의 '정부 제2청'을 운영하는 것이 맞다고 봤다. 물론 초기 10여년간을 바라보는 과도체제지만, 중앙정부와 국회가 예산을 배정하면 정부 제2청이 이를 독자적으로 집행하는 형태다.

통일수도는 서울과 김포, 개풍을 길게 이어 설정하고, 청와대와 정부부처,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개풍 남부로 이전할 것을 제안한다. 우리 국토의 중앙선이 되는 북위 38도선 바로 밑이기도 하고, 북측지역에 행정수도를 지어 그들의 상실감을 덜어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파주나 김포에 비해 땅값 보상도 거의 들지 않는다. 기존 세종시는 과학특별도시·연구도시로 활용하면 된다고 지적한다. 가장 까다로운 문제인 군사통합은 동독군 해체 때 그랬듯 북한의 무기와 장비, 탄약 등의 처리에 신중하게 접근할 것을 주문한다. 특히 대량살상무기(WMD)는 사전에 주변국들과 처리방안에 대해 입을 맞춰두어야 한다. 110만이 넘는 북한군이 자연스럽게 사회로 흡수될 수 있도록 면밀하게 직업교육을 제공해, 그들이 사회 불만세력이 되거나 내적 통합의 장애요인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 외에도 그는 보건의료와 복지에 NGO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초기 단계에는 거주 이전이나 자산 매각, 선교 등의 기본권이 일부 제한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남북 국회를 통해 통일헌법을 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이때 통일비용 부담비율이나 재원 조달 등에 대한 구체적인 문항을 두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재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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