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초 손실책임여부를 가려달라며 무더기 소송을 제기했던 키코(KIKO) 피해기업들이 '운명의 4월'을 맞고 있다. 법원이 현재 진행중인 수십건의 키코관련 가처분소송에 대해 이달중 판결을 내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해당기업은 물론 금융권까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일부 기업들은 코스닥시장에서 상장폐지될 처지에 몰려 있어 법원의 판결여부가 생사여부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2일 환헤지 피해기업 공동대책위원회 등에 따르면 공대위를 통해 현재 진행되고 있는 법적소송은 계약 효력정지를 위한 가처분 소송이 60여건, 계약 무효화를 위한 본안 소송은 160건에 이르고 있다. 이 가운데 본안 소송은 올 연말에나 결론이 나올 전망이지만, 지난 1월 집중적으로 접수된 가처분소송은 이미 재판부의 검토작업이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져 이달중 대부분의 판결이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키코 피해기업과 은행의 관심은 온통 서울중앙지법으로 쏠려 있다. 특히 지금까지 비교적 기업에 유리한 판결을 내렸던 서울중앙지법 재판부가 지난 2월 물갈이된 데다, 3월에는 인천지방법원이 환율급등에 따른 계약해지는 인정할 수 없다며 은행측의 손을 들어줌에 따라 앞으로 나올 판결은 방향을 가늠하기 어려워진 상황이다. 더욱이 지난 1일 국제스왑파생상품협회(ISDA)가 지금까지 총 4건에 달한 한국 법원의 가처분 판결에 대해 "국제 투자자들의 한국에 대한 신뢰를 없애고 리스크를 증가시킬 수 있다"고 반박성명을 발표하는 등 국제적인 여론 조성에 나선 점도 눈길을 끌고 있다. 이와 관련, 공대위의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대륙의 김성묵 변호사는 "은행이 건당 억단위의 막대한 취급수수료를 사전에 알리지 않고, 기업측에 터무니없이 불리한 옵션 구조로 상품을 판 것은 기만행위에 해당된다"며 "이 같은 내용을 법원에 제출했으며, 새로운 재판부도 이 점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주변상황이 달라진 만큼 중소기업에 무조건 유리한 판결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법원이 누구 손을 들어줄 지는 전혀 가늠할 수 없지만, 일방적으로 어느 한 쪽에 유리하다기보다는 환위험을 기업이 얼마나 사전 인지했는지 여부에 따라 개별 건마다 서로 다른 판결이 나오지 않겠냐"며 "만일 기각 쪽으로 무게가 실릴 경우, 자금 정산 부담을 못 이기고 문을 닫는 기업들이 속출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또 "지금도 정산금 지급 때문에 빚만 쌓여가는 기업들이 많다"며 "일각에서는 예금 인출을 막는 등 은행들의 자금압박에 시달리다 결국 소송을 취하한 기업도 10곳 정도 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