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패이낸셜 포커스] 대통령도 칭찬한 기업은행 '고졸 채용'

2명 시범선발후 확대… 1대1 멘토로 실무교육<br>특성화고 302곳과 MOU<br>상반기 경쟁률 80대 1기록<br>계약직 거쳐 정규직도 가능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0일 고졸 채용 확대 모습을 보기 위해 기업은행을 찾았다. 대통령이 특정 은행을 꼽아 방문한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기업은행이 시행 중인 고졸 채용이 그만큼 모범답안이라는 얘기다. 더욱이 최근 은행들이 앞다퉈 고졸 채용을 발표하고 있지만 '이벤트'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던 참이었다. 그렇다면 대통령의 발길을 잡을 정도로 주목받은 기업은행의 '원조 고졸 채용' 비결은 무엇일까. ◇특성화고와 MOU, 시범 채용…채용 확대=조준희 행장은 최근 기자와 만나 "지난해부터 준비해왔고 올 초 시범적으로 2명을 채용한 뒤 성공적이라는 자체 평가를 내린 후 채용을 늘렸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은 실제 지난 2008년부터 시작한 중소기업과 구직자의 연결 프로그램을 하면서 고졸 채용에 관심을 가졌다. 학생들의 역량이 뛰어났고 이들 인력에 대한 중소기업들의 요구가 많은 것을 보고 은행도 채용해보자는 차원에서 검토가 시작됐다. 지난해 5월 서울여상을 시작으로 302개 특성화고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것이 첫 단추다. 학생들에게 면접교육 등 다양한 취업지원은 물론 장학금만 5억5,000만원이나 지급했다. 그렇다고 고졸 채용을 무턱대고 늘릴 수는 없는 일. 15년간 고졸 채용을 하지 않았던 게 가장 큰 이유였다. 그만큼 조심스러웠다. 일단 연초에 시범적으로 2명을 뽑았다. 성과는 좋았다. 기업은행의 한 관계자는 "해당 지점에서 이들에 대한 평가가 참 좋았다"면서 "채용을 확대해도 되겠다는 결정도 이때 했다"고 말했다. 상반기 채용 때는 특성화고에 고졸 채용 방침을 알렸다. 20명을 뽑는 데 1,600명이 몰렸다. 20대1의 경쟁률. 기업은행 관계자는 "이렇게 많은 이들이 지원할 줄 몰랐다"고 전했다. ◇교육 강화, 멘토제 도입…연착륙 지원=문제는 연착륙 여부. 먼저 기흥연수원에서 3주간의 집중 교육을 시켰다. 분야별로 정통한 베테랑이 교육을 전담했다. 돈을 세는 방법, 고객응대, 전산교육 등 기초실무에서부터 각종 투자상품에 대한 내용이 망라됐다. 1대1 멘토제도를 도입했다. 업무능력이 뛰어난 직원 중 멘티를 선별한 뒤 신참 직원들이 적응할 수 있도록 했다. 3주 교육으로 한계가 있는 만큼 사내강좌도 듣도록 했다. 사내강좌는 온라인으로 진행되는데 외환ㆍ여신ㆍ수신ㆍ카드ㆍ방카슈랑스 등 은행과 관련된 모든 과목을 들을 수 있다. 은행 관계자는 "내부 강사진으로 꾸려 진행되는 이들 과목은 실무를 위해서일 뿐만 아니라 정규직 전환 시험을 위해서도 반드시 거쳐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2년간 단기계약직으로 근무한 뒤 평가에 따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다. 이후 시험을 통해 정규직으로 올라갈 수 있다. 은행 인사담당자는 "지난 6년간 500여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된 상태인데 업무 실적과 직무 테스트 등이 통과돼야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무조건 정규직으로 뽑거나 전환할 경우 내부에서 제기될 수 있는 역차별 논란 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장치라는 얘기다. 은행 관계자는 "고졸 채용이라는 것은 일시적인 인기를 얻는 방도로 도입돼서는 안 된다"며 "이들이 제대로 적응할 수 있도록 치밀하게 교육시키는 것이야말로 고졸생들을 진정으로 돕는 길"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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