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카드 인수전에서 신한금융지주가 막판 맹렬한 추격전을 벌인 농협과 하나금융지주를 제친 결정적인 관건은 무엇보다도 높은 가격이었다는 게 금융권의 전반적인 평가다. 게다가 비가격 요인에서도 신한지주가 유리한 입장을 차지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초 LG카드의 인수가격은 주당 5만원대에서 결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인수 후보기관 모두가 ‘적정가치보다 높은 가격을 주고 살 이유가 없다’고 밝힌데다 LG카드 실사 결과에서 새로운 부실요인이 발생될 수 있다는 점이 감안됐다. 하지만 입찰 마감을 일주일도 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하나금융그룹이 MBK파트너스와 제휴에 성공하면서 ‘과열 징후’가 포착되기 시작했다. 여기에 하나금융이 크레디트스위스그룹으로부터 자금지원을 약속받아 9조원까지도 자금조달을 할 수 있다고 공언하면서 ‘매각가격’이 치솟을 수 있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농협이 신한지주 다음으로 입찰가격을 많이 써넣어 예비협상대상자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은 것도 이 같은 분위기를 감안해 막판에 인수가격을 크게 높인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14일 LG카드 주가가 개장 초 5만3,000원대에서 매매공방을 벌였지만 인수가격이 급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무려 8.9% 오른 5만7,400원에 마감한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재무적 투자자를 일찌감치 확보한 신한지주도 막판 입찰가격을 인수 가능한 수준으로 높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지주는 국민연금과 1조원의 배타적투자확약서(LOC)를 맺은데다 지방행정공제회와 우정사업본부ㆍ새마을금고연합회 등 굵직한 자금줄을 이미 확보했기 때문에 입찰가격뿐 아니라 입찰물량을 최대로 늘리는 데 어려움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신한지주가 굿모닝증권과 조흥은행을 인수하면서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하지 않고 무난하게 인수합병(M&A)을 한 점도 비가격 요인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요인으로 풀이된다. 신한그룹 고위 관계자들은 LG카드를 인수해도 인위적인 인력구조조정을 하지 않을 것임을 누누이 밝혔고 기업문화의 동질성을 확보할 때까지 독립경영을 고수한다는 계획서를 이번 입찰서에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비가격 요인에서도 신한금융지주가 유리한 점수를 얻었다는 얘기다. 홍성균 신한카드 사장은 “지난 91년 리테일비즈니스(개인영업) 원년으로 선포한 바 있다”며 “리테일 신한의 비전을 앞당기기 위해서는 LG카드가 꼭 필요했다”고 말했다. 신한금융지주가 농협과 하나지주를 따돌리면서 금융계의 판도도 ‘국민ㆍ신한ㆍ우리’ 3강체제로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국민은행은 외환을 합할 경우 올 상반기 이미 268조원의 자산에 2조5,000억원이 넘는 순이익을 기록했고 신한지주도 LG카드를 합할 경우 219조원의 자산에 1조7,000억원대의 순이익을 내 확고한 2위로 자리잡았다. 자체성장 엔진을 가동한 우리금융은 올들어 20조원 이상 자산을 늘려 자산 187조원에 1조원 순이익을 달성했다. 하지만 하나지주는 국민은행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122조원의 자산에 5,851억원의 순이익으로 3위와의 격차가 크게 벌어지게 됐다. 카드업계에서 신한이 LG카드를 인수하면 국민은행의 KB카드를 추월해 1위로 올라선다. 신한카드가 LG카드를 합칠 경우 지난해 말 기준으로 회원수 1,586만명, 매출액 79조원으로 회원수 912만명에 매출 52조원의 KB카드의 위상을 넘어선다. 이와 함께 카드업계는 그동안 은행계와 비은행계가 박빙을 이뤘던 경쟁에서 ‘은행계 과점’ 구조로 전환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