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재건축·재개발 조합 시공사 선정 까다로워졌다

부채비율등 입찰참여 조건 엄격제한 '옥석가리기'<br>5대 대형건설사들도 자격안돼 잇달아 수주 실패


국내 상위 5개 대형 건설사 중 하나인 A사는 사업 수주를 추진하던 한 재건축 조합측으로부터 당혹스러운 문서를 전달받았다. 조합 측이 정한 몇 가지 입찰참여 제한조건에 이 회사가 포함된다는 내용이었다. 결국 이 회사는 입찰 참여조차 못한 채 이 프로젝트를 접어야 했다. 역시 건설업계 빅5 중 하나인 B사 역시 최근 비슷한 경험을 했다. 재무상태나 실적을 따져봐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지만 지난해 건설사 신용평가 당시 금융권의 강요에 못 이겨 대주단협약에 가입했던 게 문제가 된 것이다. 재개발ㆍ재건축조합의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내로라하는 대형 건설사들이 아예 입찰에 참여조차 못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잇따르고 있다. 건설경기 침체 여파로 각 조합들이 시공사의 입찰참여 조건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시공사 선정을 마친 서울 마포구 창전1구역과 현석2구역 등은 ▦ 워크아웃 기업 ▦대주단 가입 경력 ▦채권단 관리 여부 ▦부채비율 등을 통해 시공사 입찰참여 조건을 강화했다. 창전1구역의 경우 네 가지 조건을 모두 적용했으며 현석2구역 역시 부채비율 250% 이상 기업과 워크아웃 기업에는 입찰자격을 주지 않았다. 창전1구역의 한 관계자는 "건설경기 회복이 지연되면서 시공사로 선정된 건설사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부도 등 최악의 위기를 맞을지 모르는 것 아니냐"며 "이 같은 불미스러운 사태를 막기 위해 부채비율과 대주단 가입, 워크아웃 기업 등의 조건을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채권단관리회사의 경우 기업 인수자가 조합에 제시한 조건을 변경한다면 조합으로서는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적은 물론 재무상태, 브랜드 인지도 등 어느 하나 빠질 게 없는 AㆍB사가 입찰참여의 길조차 막힌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C사와 D사의 경우 부채비율에 발목이 잡혀 재개발ㆍ재건축 입찰 참여길이 막힌 사례다. 조합 측이 내건 부채비율 250% 이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경쟁 한번 해보지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이런 시공사 입찰참여 조건 강화 움직임은 다른 재개발ㆍ재건축조합으로도 확산될 분위기여서 앞으로 업체 간 희비가 크게 엇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시공사 선정을 추진하고 있는 서대문구 아현1-3구역의 경우 창전1ㆍ현석2구역 등 주변 재개발구역의 사례를 그대로 적용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 구역 조합의 한 관계자는 "시공사의 부채비율이 높고 신용등급이 낮으면 유이자 이주비 등에서 조합원들이 부담해야 하는 금리가 높아진다"며 "이는 조합원 재산권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이를 무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재개발ㆍ재건축조합들의 움직임은 최근 건설업계의 무리한 출혈경쟁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수주경쟁이 달아오르면서 재개발ㆍ재건축단지의 몸값이 너무 높아졌다는 것이다. 대형 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일부 인기 지역에서 조합이 입찰조건을 강화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수주경쟁이 격화되면서 최근 들어서는 웬만한 조합은 사소한 조건까지 내걸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인 국제회계기준을 적용하게 되면 지급보증 등도 일정 부분 채무로 잡히게 돼 수주영업의 또 다른 변수로 부각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