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국제금융 정보망ㆍ인맥도 없었다.’ 리먼 파산 여파 등 미국발 금융위기가 국내 금융시장을 혼돈에 빠뜨리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 최고 엘리트 경제ㆍ금융 관료들의 부끄러운 고백이 잇따르고 있다. 세계 13위 경제대국이지만 정작 국제금융시장에서 인맥도 전혀 갖추지 못했고 정보망은 더더욱 없는 것이 한국의 솔직한 자화상이다. 금융위기 수습을 진두지휘하는 청와대 핵심 관계자. 그도 국제금융계에서 꽤 알려진 인물이라고는 하지만 리먼 파산 이후 가진 비공개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의 위치를 ‘터무니없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경제 수준에 비해 국제금융시장에서 인맥이나 정보망이 ‘터무니없이 약하다’는 것을 실감했으며 이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한 것이다. 부끄러운 자화상을 시사하는 발언은 비단 이것뿐만이 아니다. 최근 외평채 발행에 나섰던 신제윤 재정부 차관보는 “(미국에 와서 보니까) 시장 상황이 한마디로 돈줄이 말랐다. 와서 보니까 생각보다 굉장히 심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는 거꾸로 우리 정부가 미국 등 해외 금융시장에서 일어나는 사건에 대해 사전에 제대로 정보를 입수하지 못한 상태에서 외평채 발행을 추진했다는 얘기다. 민간에서 금융당국 수장으로 자리를 옮긴 전광우 금융위 위원장도 국제 정보망과 인맥 부채를 토로했다. 그는 리먼 파산 후 가진 간부회의에서 “국제금융 인맥이 이렇게 중요한지 몰랐다”고 간부들에게 말했다고 한다. 전 위원장은 이어 지난 17일 국회에 출석, 금융당국의 해외 정보력이 취약한 것 아니냐는 질의에 대해 “국제금융을 담당하는 인력이 제한적”이라며 “글로벌 금융정보 및 정책 측면에서 다른 나라와 교류하는 체계를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진영욱 한국투자공사(KIC) 사장의 고백도 이어졌다. 그는 최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미국발 금융위기 지속 여부에 대해) 그 부분에 대해서 우리나라에 전문가가 없다. 누가 알겠나. 아마 맞춰도 우연히 맞는 것일 게다”라며 “(한국에서) 투자은행(IB)을 경험했다는 사람들도 실제로는 한 유닛(unit)에 근무한 것이 다다, (나도) 잘 모른다”며 솔직한 심정을 내비쳤다. 강만수 재정부 장관은 17일 국회에 출석, 미국발 금융위기에 대해 “정말 이 문제가 어디까지 연결돼 있는지 파악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리먼 사태가 금융위기의 시작인지, 끝인지를 묻는 질문에는 “(외국) IB 체어맨을 만났는데 그는 시작이라고 했다”고 소개했다. 이 같은 일련의 발언으로 미뤄볼 때 경제 수장이라 해도 국제금융 정보와 관련해 접촉할 수 있는 사람이 제한돼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제금융 정보망ㆍ인맥 부채를 뼈저리게 느낀 정부는 금융당국 주도로 현재 이를 보완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한ㆍ미국 감독당국 간 협조체계가 갖춰져 있어도 미국은 일본에 정보를 전달하면 했지 한국에는 오지 않는다”며 “또 인맥이라는 게 수많은 시간이 걸려야 가능한 것인데 (국제금융 정보망 및 인맥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해답을 찾기 어렵다”고 솔직한 심정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