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1월14일] 에드먼드 헬리

[오늘의 경제소사/1월14일] 에드먼드 헬리 권홍우 편집위원 ‘또 나타났네, 올해는 무슨 일이 생기려고?!’ 두려움이 세상을 덮었다. 긴 꼬리가 달린 별은 흉조(凶兆)로 간주됐기 때문이다. 살별(혜성)의 공포는 동양과 서양을 구분하지 않았다. 고대 그리스의 기록과 신라 향가(도솔가)에 흔적이 남아 있다. 미신은 한 과학자에 의해 깨졌다. 주인공은 에드먼드 헬리. 비누 제조업을 하는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옥스퍼드대에서 공부한 천문학자다. 수학에도 재능을 보여 보험료 산출의 근거인 ‘경험생명표’를 처음 만든 사람이기도 하다. 요즘 많이 판매되는 종신보험의 사망률도 그가 제시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22세에 최연소 왕립협회 회원 자격을 따낼 만큼 주목받았던 그는 26세 되던 해(1682년)에 나타난 별을 유심히 관찰하고는 ‘이 별이 1758년에 다시 올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사람들은 믿지 않았지만 그의 사망(1742년 1월14일ㆍ86세) 16년 후 예언은 꼭 들어맞았다. 다시 찾아온 살별은 그때부터 ‘헬리 혜성’이라고 불렸다. 헬리가 천체 움직임을 정확하게 계산할 수 있었던 것은 아이작 뉴턴 덕분. 뉴턴의 명저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프린키피아)’에 나오는 공식이 계산의 밑바탕이었다. 프린키피아 자체가 헬리와 뉴턴의 문답 과정을 정리한 메모에서 비롯됐다는 설도 있다. 헬리 혜성의 76년 주기가 밝혀진 후에도 사람들은 두려움을 쉽사리 떨쳐내지 못했다. 헬리 혜성이 마지막으로 찾아왔던 1987년에도 혜성 출동로 인한 종말론이 돌았다. 앞으로도 그럴까. 분명한 사실은 5세기 전 젊은 과학도가 계산했던 대로 2062년이면 헬리 혜성이 다시 온다는 점이다. 학문의 진리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다. 이 땅의 과학은 불신과 맹종을 확대 재생산하고 있지만. 입력시간 : 2006/01/13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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