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아트펀드, 미술시장 활성화 계기로

이르면 다음달 신한증권에서 아트펀드가 나올 예정이다. 미술계에서는 기대보다 우려의 목소리가 더 높다. 아트펀드가 우리 작가의 작품은 외면한 채 해외 미술품 가격만 올리는 결과를 만들지 않을까라는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수익을 내야 한다는 시장 특성상 아트펀드에 포함되는 미술품은 환금성이 높은 작품이 주류를 이룰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해외 미술품과 국내 몇몇 블루칩 작가의 작품만을 주로 취급해 미술계가 바라는 시장 활성화와는 거리가 멀어지게 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17세기부터 미술품이 거래되기 시작한 유럽조차도 투자 주체가 기대만큼의 수익률을 거둔 아트펀드는 흔하지 않다. 지난 3월 방한했던 영국계 미술품 전문 펀드회사인 ‘파인아트 펀드’의 필립 호프먼 대표는 큰 돈을 쏟아 부을 수 없다면 미술투자는 승산이 없다며 신중하고 전문적인 투자가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비록 사모(私募) 형식을 띠기는 하지만 예술품을 대상으로 한 펀드의 등장은 문화의 저변이 확대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미술계에서는 98년 외환위기 때 폭락했던 미술품 가격이 회복세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특히 미술품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것. 초기 소수의 부유층을 위한 미술품 경매시장에 직장인의 참여가 느는가 하면, 중저가 미술품 판매도 증가세로 돌아섰다는 것이 미술계에서 들려오는 반가운 소리다. 이러한 상황에서 탄생하는 아트펀드가 감성 개발이라는 예술 본연의 모습보다 투기 대상으로만 인식된다면 일반인이 느끼는 예술에 대한 소외감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왕 나올 아트펀드라면 미술품이 투자와 아울러 국내 미술계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트펀드에 국내 젊은 작가 작품을 일정 수 포함시키는 ‘쿼터제’를 도입하는 대신 세금 혜택을 주는 등 정부의 지원책도 생각해봐야 할 때다. 첫 단추가 잘못 꿰진 아트펀드는 화랑가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우수한 우리 작가를 발굴하고 해외에 소개하는 화랑의 공익적 역할은 저버리고 해외 미술품을 수입해 돈벌이에 급급해진다면 예술 부문도 결국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문화의 시대 21세기. 국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우리 고유의 감성 개발이 시급하다. 그리고 아트펀드가 수입 예술품 투기장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도 하루바삐 숨어 있는 재목들을 발굴해 세계적인 스타 작가로 키우는 일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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