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한은 환율방어 한발 빼자 "마치 폭주기관차"

재정부에 주도권 넘기면서 연합전선 무너져<br>수급·심리·기술요인 3박자 '묻지마매수' 판쳐<br>"1,080원선 뚫리면 1,100원대도 돌파" 전망도


원ㆍ달러 환율이 브레이크 없는 폭주기관차처럼 거침없이 질주하고 있다. 한달 만에 70원 이상 급등하자 시장에는 ‘공포의 그림자’가 엄습하는 형국이다. 하지만 7, 8월에도 경상수지 적자가 예상되는 등 달러 수요는 갈수록 늘어나는 반면 한국은행이 환율 방어에서 한발 물러섬에 따라 정부의 시장개입이 약화될 것으로 전망돼 환율의 ‘질주본능’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주요 저항선인 1,080원선이 뚫리면 1,100원대 돌파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묻지 마 매수’ 판치는 시장=이날 환율이 장 개시 30분도 안돼 1,070원을 돌파했듯이 현 시장은 달러 매수가 압도하고 있다. 한 외환 딜러는 “팔자는 거의 없고 사자 세력만 득실거린다”면서 “마치 묻지 마 매수나 다름없다”고 이날 장세를 설명했다. 지난달 말 1,006원대에 머물던 환율이 한달 만에 70원가량 폭등한 이유는 무엇일까. 수급 요인, 기술적 분석, 심리적 상태 등 삼박자가 모두 위쪽 방향으로 딱 맞아떨어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우선 펀더멘털로 본 수급 요인은 완벽하게 달러 수요 우위 장세다. 경상수지 적자가 1차 요인이다. 지난 6월 경상수지가 흑자전환됐지만 상반기 누적적자가 53억달러에 달하고 7, 8월에도 상당한 적자가 예상된다. 미국 양대 모기지 업체인 패니매와 프레디맥의 공적자금 투입 가능성 등 신용위기 악화로 외국인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순매도 행진을 계속하고 있는 점도 달러 매수를 촉발시키고 있다. 이날도 외국인은 1,000억원 이상을 순매도했다. 여기에 달러화가 7년 만에 약세에서 강세로 전환되면서 역외세력이 원화 약세에 베팅하고 있고 특히 보유주식에 대한 환 헤지 차원에서 달러를 대거 사들이고 있는 점도 무시 못할 요인이다. 기술적으로 보더라도 정부의 개입 수준인 1,050원대가 무너졌고, 특히 2005년 고점인 1,062원이 뚫리면서 환율이 중장기 상승 추세로 바뀌고 있다고 시장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특히 지난주 환율이 1,060원선에 안착하고 정부의 시장개입이 자제되면서 시장 참가자들의 심리 역시 완벽하게 ‘상승’ 쪽으로 기운 것으로 분석됐다. ◇한발 뺀 한은, 고립된 정부=시장 참가자들이 일제히 달러 매수에 달려들었던 주요 이유 중 하나는 당국의 시장개입 스탠스에 변화가 생겼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즉 그동안 어느 레벨에서 당국이 강력한 시장개입에 나설 것으로 관측해 달러 매수를 미뤄왔었는데 지난주 당국의 개입 레벨이 허물어진 게 결정타가 됐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주 당국은 환율이 1,050선을 넘어서고 1,060선을 돌파했지만 종전과는 다른 소폭의 매도 개입만을 보여줬다. 이날 역시 당국의 시장개입은 매우 미약했다. 그렇다면 당국이 사실상 시장개입에서 발을 뺀 것일까. 현재로서는 당국의 시장개입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왜냐하면 7월 강력한 매도개입을 주도했던 한은이 기획재정부와의 연합전선에서 사실상 발을 뺐기 때문이다. 외환시장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이성태 한은 총재와 강만수 재정부 장관, 박병원 청와대 경제수석은 시장개입 3주가 지난 지난달 말 만나 한은은 시장에서 발을 빼고 대신 환율개입 주도권을 재정부에 넘기기로 입장정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7월과 같은 대규모 매도개입은 어렵다는 의미로 재정부 단독으로는 시장개입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지난주 말 10억달러 안팎의 제2차 도시락 폭탄이 커다란 효과가 없었던 점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물론 환율이 5월처럼 하루에 수십원씩 급등할 때에는 당국이 미세조정에 나설 수 있겠지만 재정부 독자적으로 달러화 강세 흐름에 역행하고 외환보유고를 헐면서 강력한 시장개입에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1,080원 뚫리면 1,100원은 기본=이런 상황 때문에 전문가들은 고삐 풀린 환율이 추가 상승할 것이라며 1,080원 고지는 점령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분석한다. 홍승모 신한은행 차장은 “환율 상승압력이 너무나 강하다”며 “기술적 반락이 가능하지만 강한 개입이 나오지 않는 이상 더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1,085원을 주요 저항선으로 보지만 만약 쉽게 뚫리면 1,100원도 안심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김두현 외환은행 차장은 “최근 2주 동안 환율이 급하게 올라 1,080원대에서 단기조정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장 막판 1,080원에 육박했듯이 이른 시기에 1,100원 돌파도 배제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높다. 정미영 삼성선물 리서치센터 팀장은 “당국의 개입이 없고 1,060원에 안착하면서 달러 매수 심리가 강하다”며 “차트상 1,060원 위에 마땅한 저항선이 없어 1,100원까지 곧바로 치고 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진우 NH투자선물 부장도 “2005년 고점인 1,062원이 지난주 말 무너졌기 때문에 환율이 가파르게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며 “속도의 문제이기는 하지만 시장 참가자들은 현재 1,100원 위를 보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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