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12월12일] 페어뱅크스


페어뱅크스(Douglas Fairbanks). 20세기 초반을 풍미한 영화인이다. ‘벤허’와 ‘쾌걸 조로’ 등 그가 주연한 무성영화의 대부분은 훗날 컬러 영화로 리메이크돼 관객을 모았다. 아카데미상을 만든 사람도 페어뱅크스다. 페어뱅크스는 증권시장에도 족적을 남겼다. 대중의 우상을 자본시장과 맺어준 것은 전쟁. 미국 정부가 1차 대전의 전비 조달을 위해 발행한 국채를 국민들에게 팔려고 홍보요원으로 위촉한 게 계기다. 투자설명회에 연예인을 동원한 셈이다. 페어뱅크스는 단순한 판촉요원에 그치지 않고 1917년 직접 증권사를 세우고 찰리 채플린과 최고 인기 여배우 메리 픽포드를 끌어들여 2년간 전국을 돌며 국채를 팔았다. 결과는 대성공. 가는 곳마다 운집한 군중이 채권을 샀다. 국채가 얼마나 많이 팔렸는지 1916년 12억3,000만달러였던 미국 정부 채무가 1919년 250억5,000만달러로 늘어날 정도였다. 몇몇 자본가가 주도하던 미국 채권시장이 대중화한 것도 이때부터다. 국채판매로 돈을 번 페어뱅크스는 1920년 영화사를 설립하고 순회판매 중 정분이 난 여배우 픽포드와 결혼해 화제를 뿌렸다. 1939년 12월12일 52세로 사망하기까지 감독과 제작자, 아카데미상 제정자로 왕성한 활동을 펼친 데도 자본력이 작용했다. 페어뱅크스 사망 67주년. 미국 국채(TB)는 고질적인 무역수지와 경상수지 적자로 내용이 나빠질 대로 나빠진 미국 경제의 생명선이자 세계 경제를 미국의 틀 속에 가두는 무기다. 달러화가 기축통화가 아니라면 빚을 내 빚을 막는 방편일 뿐인 TB의 해외보유분 중 절반에 해당되는 1조500억달러를 한국과 중국ㆍ일본이 보유하고 있다. 대체투자수단도 없고 대미수출 의존도가 큰 탓이지만 불안하다. 기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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