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조선·철강 '인력확보 전쟁' 불꽃

업황 호조·사업 확장으로 인력난 비상<br>정년퇴직자 재입사에 경력직 상시 채용<br>일부에선 스카우트 둘러싸고 신경전도




얼마 전 현대중공업은 몇몇 조선업체에 한 장의 공문을 발송했다. '제발 우리 회사 직원을 그만 빼가라'며 인력 스카우트를 자제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인력 유출이 하도 심하다 보니 견디다 못해 이 같은 고육지책을 동원한 셈이다. 국내 철강 및 조선 업계에 인력 스카우트 전쟁이 불을 뿜고 있다. 이들 업종은 사상 최대의 수주에다 대규모 신규 투자, 해외 사업장 확장까지 겹치다 보니 한명의 사람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비상이 걸린 상태다. 회사마다 정년퇴직자들을 대상으로 재계약을 맺는가 하면 경력직 상시 채용, 신입사원 채용 확대 등 인력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특히 선박 설계와 연구개발(R&D) 전문인력은 최근 몸값이 상한가로 치솟을 만큼 인기를 누리고 있다. 포스코의 중국내 사업장인 장가항포항불수강의 경우 오는 7월말 스테인리스 열연공장 가동을 위해 정년 퇴직자들을 초기 공정 안정화를 위해 고문으로 위촉, 공장 가동을 준비중이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장가항공장에 국내 STS 설비보다 우수한 최신예 설비를 설치했지만 이를 가동할 수 있는 중국 인력이 부족하다"며 "퇴직자들을 우선 1년 계약으로 장가항 공장에 투입했지만 중국 인력의 기술 습득이 필요한 3년 정도까지 계약을 연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우조선해양도 조선소내의 인력난을 타개하기 위해 생산직 정년 퇴직자들을 대상으로 재입사 프로그램 도입 여부에 대한 검토에 돌입했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생산직 경력사원에 대한 대대적인 확보 노력에도 불구하고 모든 조선사들이 인력난을 겪고 있어 경력직 사원 채용 실적이 저조하다"며 "이 같은 차원에서 과거 정년 퇴직자들을 다시 조선소 작업 현장에 불러들이는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STX그룹은 지난해 상반기 대비 두배나 늘어난 300여명의 신입사원을 채용한데 이어 그것도 모자라 생산직 경력 사원을 상시 채용하고 있다. 충남 당진공장 B열연 공장 정상화를 앞두고 있는 현대제철은 지난 2월 120명에 달하는 대규모 생산직 경력사원을 채용했으며 부족한 인력난을 타개하기 위해 상시 경력직 채용 방식으로 전환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조선업계에선 인력 스카우트를 둘러싼 신경전마저 벌어지고 있다. 실제 현대중공업은 인력 유출에 잔뜩 불만을 표시하고 있지만 정작 경쟁사들은 고의적으로 스카우트한 것이 아니라 공개 채용 형식을 취한 것인 만큼 인력을 빼갔다는 주장이 황당하다며 발끈하고 나섰다. 조선업체의 한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이 보낸 공문은 경쟁사들이 현대중공업 인력만을 겨냥해 인력을 고의적으로 빼간 것으로 오해를 살 여지가 많다"며 "특정 회사의 인력만을 타깃으로 해 인력 스카우트를 하지 않을 뿐더러 생산직은 물론 연구 인력 확충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경기 침체로 다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안달이지만 조선이나 철강업체의 경우 오히려 한명의 인력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며 "당분간 이 같은 인력부족현상은 쉽게 해소되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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