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오일펀드, 세계 금융시장 '구세주'로

메릴린치도 40억弗 유치등 월가 구원투수 역할<br>NTT·소니등 日기업까지 체면 버리고 '러브콜'


고유가에 편승해 막대한 자금을 쌓아올린 중동계 국부펀드들이 새해들어 국제금융시장에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쿠웨이트투자공사(KIA)나 아부다비 투자청(ADIA) 등은 올들어 신용 위기로 궁지에 몰린 뉴욕 월가 금융기관들의 '구세주'로 등장했다. 게다가 증시 하락으로 자금이 필요해진 일본의 우량 대기업들도 궁여지책(窮餘之策)으로 중동의 오일펀드에 손을 벌리면서, 일본경제에도 오일펀드가 구원투수로 나서고 있다. 일본 최대 이동통신업체 NTT와 소니 같은 일본의 간판 기업들은 최근 임원들을 중동지역에 파견, 이 지역 산유국 투자자들과 국부펀드의 운영자를 직접 찾아가 투자 상담을 벌였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4일 메릴린치가 신용경색 여파로 추가로 40억 달러의 유동성의 조달을 준비하고 있으며, 여기에 국부펀드인 쿠웨이트투자공사(KIA)가 최대투자자로 참여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KIA는 이미 미국 최대의 상업은행인 씨티그룹에도 30억달러를 지원하기로 하면서 최근들어 아부다비 투자청(ADIA)과 함께 월가의 핵심 자금 공급원으로 부상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KIA는 씨티그룹, 메릴린치 등과 가격을 비롯한 세부 거래 조건을 협상하고 있다. 그동안 보수적인 투자자로 알려졌던 KIA는 지난해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파동 이후 신용경색 여파로 미국 기업들의 몸값이 떨어진 때를 이용해 공격적인 투자자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월가의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주 새로 드러날 대형 금융기관들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손실액이 4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여, 산유국 국부펀드에 자금 지원을 요청할 금융기관이 늘 것으로 보고 있다. 내로라는 일본 대기업의 임원들도 중동 오일펀드 구애작전에 체면을 벗어 던지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소니와 NTT 등 30~40개 일본 회사들이 최근 주가를 부양하기 위해 국부펀드와 중동 투자자들을 상대로 기업설명(IR) 활동을 벌였다. NTT 상무가 지난주 중동 투자자를 찾아가 만나는가 하면 소니 미국 법인의 최고재무책임자(CFO)도 지난해말 중동계 국부펀드가 주최한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두바이를 방문했다. 심지어 아사히 글라스 소니 부회장마저 지난해 처음으로 직접 중동 투자자들을 찾아가 지분 투자를 요청했다. 신문은 "과거에는 일본 기업들이 IR 임원을 미국과 유럽에만 보냈지만 최근에는 중동을 반드시 포함시키고 있다"며 "특히 아부다비투자청(ADIA)을 꼭 방문해야 할 투자기관 명단에 올렸다"고 지적했다. ADIA가 보유중인 주식 자산 규모는 6,250억달러로 추정되며, 그 가운데 일본 주식 비중만도 수조엔에 달한다. 노무라 리서치 인스티튜트(NRI)의 한 관계자는 "중동계 오일펀드는 국제 유가가 고공행진하면서 막대한 자금이 쌓이고 있어 가장 두둑한 자금 공급처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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