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재신임 해답은 경제에 있다

`장사가 안돼 먹고 살기도 힘든데 경제 살릴 생각은 안하고 맨날 싸움질만 하는가`. 정치권에서 큰 싸움이 벌어지거나 대형 비리사건이 터져 온 사회가 요동칠 때마다 국민들이 보이는 여러 반응중의 하나다. SK 비자금 사건으로 불거진 일련의 과정도 예외는 아니다. 이는 국민의 열망과는 거리가 먼 정치에 대한 불만인 동시에 정치보다는 먹고 사는 일, 즉 경제가 국민들의 더 큰 관심사임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경제가 지도자의 성공여부 판가름 지구촌이 이데올로기 대립의 종식과 함께 개방화에 따른 경제전쟁의 시대로 접어들며 경제는 이제 안보보다 더 비중있는 국가목표가 됐다. 덩달아 지도자의 성공여부를 판가름하는 제1의 요소가 됐다. 경제에서 실패한 지도자는 다른 분야에서의 큰 업적도 빛이 바래는 반면, 이런 저런 잘못이 있어도 경제발전을 이룬 지도자는 허물을 능가하는 평가를 받는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92년 대통령선거에서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It`s the economy, Stupid.)라는 슬로건으로 당선된 빌 클린턴 전 미국대통령이다. 그는 침체에 빠진 경제를 이슈화해, 걸프전 승리로 한때 90%이상의 지지율을 자랑했던 조지 부시 당시 대통령을 꺾었다. 클린턴 취임후 미국경제는 유례없는 장기호황을 구가했다. 섹스스캔들ㆍ거짓말등 도덕성 문제로 탄핵위기를 맞았던 그가 궁지에서 벗어날 수 있던 것도 경제성공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과 마하티르 말레이지아 총리는 또 어떤가. 그들은 장기집권한 독재자다. 그런 큰 과오에도 박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중 가장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마하티르 역시 마찬가지다. 두 사람 모두 `기적`이라 불릴만큼 눈부신 경제발전을 이끌었기 때문이다. 노대통령, 경제에 진력하는 모습을 노무현 대통령이 `국민들의 누적된 불신과 측근들의 도덕성 문제`를 이유로 재신임을 받겠다고 나섰다. 문제는 노대통령이 이긴다 하더라도 누적된 불신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다면 지지도는 별로 달라지지 않을 것이고 혼란은 계속될 것이란 점이다. 하늘을 찌를 듯하던 지지율이 몇 개월새 자리를 걸어야 할만큼 급전직하한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겠지만 종국에는 경제난, 보다 정확하게는 경제에 대한 대통령의 인식과 자세로 귀결되는 것 아닌가 싶다. 단견일지 몰라도 대다수 국민들에게 가장 큰 일은 `잘 먹고 편히 사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경제가 말이 아니다. 소비는 얼어붙었고 투자는 스톱상태다. 많은 사람이 구조조정의 불안감에 전전긍긍하고 대학졸업이 곧 실업으로 이어지는 실정이다. 신용불량자가 넘쳐나고 생활고를 견디지못해 가족이 동반자살하는 사건도 하루가 멀다하고 일어나고 있다. 게다가 언제 형편이 좋아질지 앞으로의 전망도 불투명하다. 상황이 이러면 대통령은 마땅히 경제회생에 온 힘을 쏟아야 한다. 그러나 경제보다는 반대세력과 싸우고 이기는 일에 더 몰두하는 대통령. 그게 많은 국민들에게 익숙해진 노대통령의 모습이다. 동북아 물류중심, 국민소득 2만달러 등의 구호가 있었지만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 오히려 검사들과의 대화에서 보여준 언쟁, 취임이후 줄곧 계속된 여당의 싸움과 분열, 국내는 물론 해외에 나가서까지 기회가 있을때마다 열변을 토했던 언론과의 싸움 등 격정적이고 투쟁적인 모습이 더 강하게 기억되고 있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이제 경제회복에 진력하는, 달라진 면모를 보여줘야 한다. 지지도 회복과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위한 해답은 경제에 있다. 경제를 일으킨 지도자는 독재의 허물까지 이해되지 않는가. 하물며 민주적 리더십을 내세운 노대통령이 경제강국을 만든다면 그 평가는 두말할 나위가 있으랴. 부디 노대통령이 성공하기를 빈다. 자신을 위해서도, 또 경제가 어려우면 가장 먼저, 가장 큰 어려움을 겪는 `없는 사람`들을 위해서도. <이현우(부국장ㆍ증권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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