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온 국민에게 장밋빛 희망을 안겨줬던 줄기세포 연구가 각종 조작으로 얼룩진 `사기극'으로 드러났다는 점에서 과학분야에서의 성수대교 붕괴 사건에 비견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사태는 줄기세포 확립에 대한 국민 염원에 편승한 일부 과학자들이 과학계의 자율적 검증기능이 미비한 점을 악용해 비양심적이고도 비과학적으로 연구를 수행함으로써 비롯됐다고 검찰은 지적했다.
검찰은 올해 1월 본격 수사에 착수한 이후 서울대 연구실 등의 압수수색과 연인원 950여명의 소환 조사 등을 통해 과학계가 안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점들을 확인했다.
우선 검찰은 황우석 박사팀이 각종 실험결과와 논문을 광범위하게 조작했다는점에서 과학계의 도덕적 불감증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진단했다.
이런 문제점은 성과물에 집착한 나머지 과학자로서의 생명이라고 할 수 있는 연구 윤리와 진실성을 외면한 데서 비롯됐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실험실에서 밤새워 연구에 매진하는 대부분 과학자들의 순수한 열망과 노력이국민과 세계 과학계로부터 불신당하지 않도록 과학의 정직성과 진실성에 대한 학계전반의 새로운 성찰이 필요하다고 검찰은 지적했다.
또 연구책임자인 황우석 박사의 지시에 따라 강성근 교수와 김선종 연구원, 권대기 연구원 등이 논문에 사용할 각종 데이터 등을 조작했고, 이런 조작이 연구 윤리에 위배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서도 누구 하나 황 박사의 지시를 거역하지 못했다는 점도 확인했다.
이는 연구책임자 또는 지도교수의 절대적인 영향력에 억눌린 결과로써 진리탐구를 위해 학문적으로 자유로워야 할 과학자들의 자율성이 억압당하는 연구실 문화의경직성에 그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검찰은 꼬집었다.
이와 함께 황우석 박사팀의 실험일지가 제대로 작성되지 않아 정확한 실험내용과 경과를 파악할 수 없었다는 점도 수사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이다.
검찰은 황 박사팀이 거액의 정부ㆍ민간 후원금을 지원받는 중요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도 과학적 증거 중 하나인 실험노트를 체계적으로 작성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나마 작성된 실험노트도 연구 후임자를 통해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논문 작성에 있어서 데이터 조작이라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황 박사팀의 2004ㆍ2005년 사이언스 논문의 공동저자 결정이 황 박사에 의해 독자적으로 결정됐고,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공동저자로 선정된 경우도 있는 등 무원칙한 논문저자 결정도 문제점으로 제시됐다.
심지어 2004년 논문에 도움을 준 연구자가 공동저자에서 누락된 것에 항의하자2005년 논문의 공동저자로 선정된 사례도 나타났고,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들도저자로 등록된 경우도 있었다.
검찰은 이런 저자 결정의 무원칙성은 논문의 공신력을 떨어뜨릴 수 있어 공동저자 결정의 실질화를 꾀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연구비 집행과정의 불투명성도 이번 수사과정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검찰은 현실적이고 효율적인 연구비 집행을 위해서는 집행과정의 투명성 확보를전제로 연구비 집행 절차를 간소화하고, 연구비와 인건비를 분리하며, 사용내역을완전 공개하고, 연구자들의 복지와 인건비의 현실화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검찰은 기관윤리심의위원회(IRB)의 형식적 운영도 개선돼야 할 문제점으로 꼽았다.
황 박사팀의 줄기세포 연구는 한양대병원 기관윤리심의위원회의 승인하에 진행된 연구인데, 황 박사팀이 위원회의 승인결정에 부가된 조건들을 제대로 이행하지않았는데도 이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검찰은 밝혔다.
이 같은 문제점들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수사과정에서 휴일도 없이 실제 연구에헌신적 노력을 쏟았던 서울대 및 미즈메디병원 연구소의 연구원들과 실험실에서 며칠밤을 새워가며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소장 과학자들의 뜨거운 열정 속에서 과학의미래를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전 학문 분야의 비양심적인 연구관행이 일소되어 다시는 이 같은 사태가 재발되지 않기를 바란다"며 "이번 수사로 인해 과학계의 학문 자유가 위축되지 않고 과학적 논쟁과 검증을 통한 지속적인 줄기세포 연구로 국민적 염원을 달성하기를 간절히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