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ㆍ4분기 삼성전자의 실적이 곤두박질쳤다. 매출액은 14조6,300억원으로 전기 대비 2% 정도 늘었으나 순이익은 1조4,200억원으로 11% 감소했으며 영업이익은 9,100억원으로 무려 23%나 줄었다. 특히 영업이익은 지난 2001년 4ㆍ4분기 이래 6년 만에 최저치다. 많이 팔기는 했으나 채산성은 뚝 떨어진 것이다.
이런 실적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의 주가는 어제 큰 폭으로 올랐다. 이미 실적악화를 전망한 시장 예상치와 부합하는 것으로 하반기에는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삼성전자 측도 2ㆍ4분기를 바닥으로 앞으로 크게 호전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1ㆍ4분기 실적발표 때도 시장의 전망과 삼성의 설명은 2ㆍ4분기부터 좋아질 것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이와 반대로 나타났다. 앞으로도 낙관하기만은 어렵게 만드는 대목이다. 실제로 명예퇴직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돌입한 삼성의 행보를 보면 더욱 그렇다.
실적악화의 가장 큰 원인은 반도체 부문의 부진과 환율하락이다. 공급과잉에 따른 가격급락으로 반도체 부문은 매출도 줄었고 영업이익은 무려 39%나 감소했으며 영업이익률도 8%로 4%포인트 하락했다. 2004년 호황기의 영업이익률 47%에 비하면 6분의1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흔히 경쟁업체들보다 사업구조부터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반도체ㆍ정보통신ㆍ디지털미디어ㆍ생활가전 등 사업이 다각화돼 있어 시장환경 변화에 따른 충격이 작으며 연구개발 등에서 시너지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 삼성의 실적은 반도체 의존도가 크다. 과거 추세를 보면 반도체가 좋을 때 전체 실적도 좋고 반도체가 나쁘면 부진했다.
결국 삼성전자, 나아가 삼성그룹의 지속 성장은 반도체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새로운 성장사업을 찾아내는 데 달려 있는 셈이다. 삼성의 반도체 기술력과 원가경쟁력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꼽히지만 일본ㆍ대만의 공세와 중국의 추격까지 거세지고 있는 만큼 이런 노력을 더욱 강화해야 할 것이다. 최근 그룹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신수종 사업 발굴에 박차를 가해야 하는 것도 더 말할 필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