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8월 12일] 공모형 PF사업과 '고르디온의 매듭'

우리나라 도심의 스카이라인을 바꿀 대규모 복합개발사업들이 좌초위기에 직면해 있다. 용산국제업무단지, 판교 알파돔시티 등 공모형 프로젝트 파이낸싱(PF)사업들이 토지중도금을 내지 못해 계약해지 상황에 몰리고 있는 것이다. 하늘 높이 치솟은 이 사업들의 조감도를 바라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처럼 전국적으로 진행 중인 공모형 PF사업 규모는 120조원에 이르지만 추진여부는 불투명하다.

왜 이렇게 되었나? 외견상 충분한 사업성 검토 없이 부동산 경기에 편승해 사업에 참여한 건설사에 일차적인 책임이 있다. 하지만 사업추진과정을 보면 발주처와 금융기관도 일부 책임이 있다. 발주처는 과도한 토지비 경쟁 유도로 사업성을 악화시켰다. 용산국제업무단지는 사업비 28조원 중 8조원이 토지비이고 판교 알파돔시티도 4조7,000억원의 총사업비 중 토지비가 2조3,000조원으로 절반에 이른다. 금융기관은 시공사의 보증을 통한 대출 이자만 생각했다.


'잘되면 내 탓, 못되면 남의 탓'이라는 말이 있다. 건설사는 사업여건이 크게 변했다며 토지비 부담 완화 등을 요구한다. 발주처는 발주처대로 사업자들이 사업권을 확보해놓고 이제 와서 조건을 바꿔달라고 한다며 불만이다. 금융기관 또한 소중한 고객의 돈을 사업성 없는 사업에 투자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모두가 각자의 입장에서 맞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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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확실한 것은 지금 여건으로는 사업이 진행될 수 없다는 점이다. 결국 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대화와 양보로 단단히 얽혀있는 매듭을 풀어야 한다.

이처럼 해결하기 어려운 일이 있을 때는 '고르디온의 매듭'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2,300여년 전 페르시아 군대를 무찌른 알렉산더 대왕은 고르디온이라는 마을의 신전에 묶여 있는 매듭을 푸는 데 도전한다. 매듭을 푸는 자는 아시아를 다스리게 될 것이라는 전설이 있었다. 손으로 열심히 풀려고 했지만 풀리지 않았다. 결국 칼로 매듭을 잘랐다. 손으로 풀어야 한다는 사고방식에서 벗어난 발상의 전환이다.

최근 공모형 PF사업은 참여주체 간 이해가 단단히 얽매여 있다. 고르디온의 매듭을 푼 칼처럼 새로운 접근방법이 필요하다. 그 방법 중 하나가 전국의 공모형 PF사업의 이해관계를 총괄 조정할 '컨트롤 타워'를 시급히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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