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엔화 안전자산 부각 '고공행진'

유로당 130.18엔으로 4년來 최고… 달러엔 98엔대


글로벌 경기 침체가 본격화되자 일본의 엔화가 급등하고 있다. 일본 경제가 또 다른 세계 경제의 두 축인 미국과 유럽에 비해 상대적으로 건실하다는 평가 속에 엔화 가치가 안전 자산으로서 새롭게 부각되기 때문이다. 22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는 유로당 130.18엔에 거래돼 지난 2004년6월 이래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유럽 주요 국가의 실물 경제가 금융위기의 여파로 뚜렷한 하강 조짐을 보이면서 유럽 경제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것이 유로화의 약세를 유인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엔화는 달러화에 대해서도 가파르게 절상되고 있다. 21일 엔화는 달러당 100.28에 거래, 지난 15일 이후 또 다시 100엔대 아래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 8월만해도 엔ㆍ달러 환율은 달러당 110엔 대를 기록했다. 미국과 유로권의 기준금리가 인하될 가능성이 큰 점도 엔화 강세를 부추기고 있다. 현재 기준금리가 1.5%인 미국의 경우 이 달 말 금리의 추가 인하 등을 통해 사실상 제로금리까지 내릴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유럽중앙은행(ECB)도 이 달 초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내렸지만 여전히 3.75%나 돼 일본의 0.5%에 비해 3.25%포인트 높다. 경기가 더 악화될 경우 기준금리를 내릴 여지가 그만큼 큰 셈이다. 저금리에 엔화를 빌려 고금리 통화자산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움직임도 눈 여겨 볼 요인이다. 미국과 유럽, 신흥시장 할 것 없이 모두 금융위기로 홍역을 치루는 판국에 금리 차를 지렛대 삼아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의 매력은 반감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 엔화의 수요가 늘면서 엔화 가치도 뛰고 있는 것이다. 일본 최대의 통화 브로커인 도쿄 포렉스 앤 우에다 할로우의 이시카와 마사노부 외환딜러는 "외환 시장은 글로벌 자산 시장의 움직임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며 "지금 시장은 엔화가 그나마 가장 낫다는 믿음을 반영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도쿄 미쓰비시 은행의 리 하드맨 외환 딜러도 "리스크 회피 심리로 금융위기의 진원지인 미국의 달러화에 대한 선호 현상은 크게 줄고 있다"며 "당분간 엔화 강세 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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