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한' 동파사고 속출
15년만의 강추위…감기환자 북새통
14일에 이어 15일에도 기록적인 혹한이 맹위를 떨치면서 각 가정에서 수도계량기 동파사고가 잇따르고 고지대에서는 쓰레기 수거가제대로 안되는 등 시민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또 시민들이 외출을 자제하면서 생필품과 난방용품 등을 3∼4일씩 구입하는 사재기 현상도 일부 나타나고 있으며 어린이 감기환자가 속출하고 노숙자들이 쉼터로 몰리고 있다.
◇ 수도계량기 동파 잇따라 = 강추위가 몰아친 13일 서울시 전역에서 1천678개의 수도계량기가 동파된데 이어 14일에는 3천340개의 수도계량기가 얼어 터졌다.
특히 이날 수도계량기 동파사고 신고전화인 121번과 서울시 11개 수도사업본부당직실에는 시민들의 신고전화가 폭주, 직원들이 전화를 받느라 진땀을 흘렸다.
서울 노원구 창2동 D아파트(952가구)에는 이날 새벽에만 20여가구가 수도관 동파로 난방이 되지않고 온수가 나오지 않아 아침까지 직원들이 보일러를 고치는 소동을 빚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측은 `보일러 동파를 막기 위해 보일러실 환기구를 막고 온수순환을 위해 수도꼭지를 열어놓기 바랍니다'는 내용의 구내방송과 곳곳에 안내문을붙여놓았지만 동파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인근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2단지(2천29가구)에도 밤새 90여가구가 계량기 동파로 인해 응급복구 작업을 하고 있으며, 아파트 복도에는 계량기에서 새어나온 물이 얼어붙기도 했다.
◇ 고지대 쓰레기 비상 = 서울 용산구 한남2동 등 일부 고지대에서는 지난 7,8일 폭설에 이은 빙판길로 청소차량 운행이 원활하지 못해 쓰레기를 치우지 못하는등 고지대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한남2동 주민 이종복(59)씨는 "올 겨울에는 폭설에 이은 강추위로 고생이 많다"면서 "특히 지난 7일 폭설 이후 청소차량이 몇번은 쓰레기를 수거해갔지만 평소보다는 자주 오지 못해 동네 곳곳에 쓰레기가 쌓여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용산구청 청소과 관계자는 "청소차량 진입이 어려운 고지대에는 손수레 등을 동원하거나 환경미화원들이 직접 등짐으로 쓰레기를 운반하고 있지만 평소처럼 청소작업을 말끔히 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성북구도 지난 7일 눈이 온 뒤 고지대 청소는 손을 못쓰고 있다가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미화원들이 직접 돌며 손으로 쓰레기를 수거하기도 했다.
◇ 어린이 감기환자 속출 = 서울시내 소아과에는 전날에 이어 이날도 어린이 감기환자가 평소보다 2배 이상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세란소아과(서울 은평구 갈현동)에는 전날 100여명의 어린이 감기환자가 찾은데 이어 이날 오전에만 50여명이 찾았다.
조찬성소아과(서울 용산구 이촌동)측은 "평소 거의 없었던 왕진 요청도 최근 하루에 2∼3건씩 들어오고 있다"면서 "감기를 예방하기 위해 외출을 자제하고 밖에 나갔다 들어오면 반드시 손을 씻어야한다"고 말했다.
어린이 감기환자가 속출하자 유치원들의 휴원도 잇따르고 있다. 꿈동산 유치원(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은 겨울철에는 평소 원생 70여명을 상대로 오전수업을 주로했는데 폭설과 추위가 시작된 지난주부터 30여명밖에 수업에 참가하지 않고 있다.
◇ 길거리 노숙 감소 = 날씨가 추워지면서 서울역 등지에서의 길거리 노숙이 자취를 감춘 반면 노숙자들이 서울시에서 지원하는 노숙자 쉼터로 대거 발길을 옮기면서 노숙자쉼터는 장사진을 쳤다.
106개 노숙자쉼터를 관리하는 `노숙인 다시서기 지원센터'를 찾은 노숙자 수는지난 8일 3천430명, 9일 3천441명, 10일 3천447명, 11일 3천473명, 12일 3천497명에이어 13일에는 3천490명으로 계속 늘고있다.
반면 노숙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서울역 인근 지하도에는 추위가 시작되기 이전인 지난주 초까지만 해도 50∼60명이 노숙생활을 했지만 강추위가 시작된 지난주 말부터는 10명 안팎의 노숙자들만이 눈에 띄었다.
또 지하철 1호선 시청역 지하도에는 겨울철 평소 10명가량의 노숙자들이 생활하던 것과는 달리 최근에는 그 숫자가 급격히 줄어 14일에는 3명만이 노숙을 했으며 노숙하는 사람이 전혀 없는 때도 있었다.
◇ 사재기 현상 = 주부들이 외출을 자제하고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기저귀, 분유 등 생활필수품과 난방용품의 `사재기' 현상도 일부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바겐세일 마지막날인 14일 시내 대형 백화점 식료품 매장에서는 1주일치 생필품을 사러온 주부들이 평소보다 3∼4배 가량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주부 이선경(27.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씨는 "어제 오후 시장을 보러 시내 백화점을 찾았는데 사람들이 너무 많아 다른 백화점을 찾았는데 사정은 마찬가지였다"고말했다.
또 장갑, 난로 등 난방용품의 구입도 대폭 늘어나 백화점과 할인점 등에서 난방용품 매출이 2배 이상 늘기도 했다.
◇ 카센터.배달업체 호황 = 폭설에 이은 강추위로 승용차를 오래 세워두는 바람에 차량고장이 늘어나고 일찍 퇴근하는 `칩거족'이 늘면서 인터넷 쇼핑몰과 비디오대여점들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부영카센터(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경우 지난주부터 차량 시동이 안걸려 서비스를 요청하는 건수가 평소보다 2∼3배 가량 늘어났다.
카센터 관계자는 "추운 날씨로 연료가 얼어붙거나 배터리가 방전돼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어떤 경우에는 차량 연료등이 완전히 얼어버려 당장 조치를 취할 수없어 차량이 며칠씩 방치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 L비디오대여점도 "평일 저녁에도 주말처럼 주문이 밀려 매출이 평소보다 20% 가량 늘었다"고 말했다.
◇ 화재 급증.범죄 감소 = 혹한으로 인한 난방기 과열 등으로 화재사고도 잇따랐으나, 집회와 범죄는 감소했다.
이날 오전 6시6분께 서울 강동구 성내2동 다세대주택 3층 장모(31.여)씨 집에서밤새 켜놓은 휴대용 가스버너가 옷가지 등을 옮겨붙으면서 집전체로 번져 장씨와 장씨의 아들.딸 등 3명이 숨졌다.
14일 오후 11시30분께는 강원도 태백시 장성동 권모(63.여)씨 집에서 가스보일러가 과열되는 바람에 불이나 주택 30여평을 모두 태운 뒤 1시간여만에 진화됐다.
반면 이날 경찰에 신고된 집회는 51건에 이르렀지만 실제 집회가 이뤄진 것은절반도 안되는 20여건에 머물렀으며, 강.절도 등 범죄신고 접수도 14일 13건으로 평소보다 감소했다.
◇ 시민들 외출 자제 = 시민들은 날씨가 추워지자 가급적 외출을 삼가고, 외출시에는 두툼한 방한복을 껴입고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 지하철 승객 수가 대폭 늘어났다.
또 직장인들은 부서 회식 등을 삼가고 퇴근하자마자 귀가하고 부득이 회식을 할 경우에는 지하철역이나 버스정류장 인근에서 하는 등 생활패턴도 달라지고 있다.
대학생 곽현지(22.여.서울 송파구 문정동)씨는 "계절학기 수업을 들으러 나가야하는데 날씨가 추워 엄두가 나지 않는다"면서 "옷을 껴입고라도 나가야겠지만 아직거리가 빙판인 데다가 날씨까지 추워 다치지나 않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회사원 박창용(31.서울 강남구 개포동)씨는 "아침 출근길이 너무 추워 오랜만에 내복을 꺼내입고 출근했다"면서 "퇴근시에는 웬만한 약속 아니면 곧장 귀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종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