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어린이집ㆍ유치원 횡포에 멍드는 부모마음

내년 새학기 재료비 12만원으로 두배나 올려<br>부모들, 수업료 과다인상등 항의 못하고 '냉가슴'

경기도 부천의 한 어린이집에 네 살 난 아이를 맡기고 있는 김모씨는 최근 어린이집에서 보내온 내년도 재원신청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 매달 6만원씩 내던 재료비가 내년 새 학기에는 12만원으로 배나 올랐기 때문이다. 게다가 어린이집은 한 학기 재료비 72만원을 한꺼번에 내라고 요구했다. 김씨는 “그 동안 사용내역서 조차 한 번 받아보지 못한 상황에서 갑자기 재료비를 두 배로 올리니 납득이 안 된다”고 말했다. 내년 새 학기를 앞두고 일부 어린이집과 사립유치원의 횡포에 아이를 맡긴 부모들의 마음이 멍들고 있다. 17일 학부모들에 따르면 수업료를 과도하게 인상하거나 특별수업을 강요하는 것은 물론 심지어 겨울철 난방비를 요구하는 곳도 있다. 하지만 부모들은 아이를 맡겨야 하는 아쉬운 입장이라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변변한 항의조차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내년 여섯 살이 되는 아들의 입학상담을 위해 최근 유치원을 찾은 이모씨는 특별수업 강요에 따른 수업료 부담에 아들을 이 유치원에 계속 보내야 할지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유치원측은 수업시간에 영어와 바이올린을 배우기 때문에 한 달 수업료 18만원 외에 영어비와 바이올린비 5만원씩 총 10만원을 더 요구했고 종일반에 들어가려면 특별활동을 세 개 더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운영비에 포함돼야 할 비용을 각종 잡부금 명목으로 요구하는 사례도 있다. 부산에서 다섯 살 짜리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는 김모씨는 얼마 전 난방비를 3만원 내라는 통보를 받았다. 이에 김씨는 구청에 난방비 징수가 가능한지를 문의했고 어린이집은 그제서야 난방비를 돌려주겠다고 약속했다. 김씨는 “정부가 출산 장려를 위해 여러 정책을 쓰고 있는 마당에 어린이집에서 난방비를 걷는다는 것 자체가 이해가 안 된다”며 “심지어 여름에 냉방비를 받는 어린이집도 있더라”고 말했다. 4세 아이를 사립유치원에 보내는 한 학부모도 “신학기가 되면 학부모들이 유치원에 화장지, 치약, 비누, 티슈 등 생활용품을 챙겨서 보내주는데 이런 것들은 원래 유치원비에 포함된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현재 유치원은 교육인적자원부가 관할하고 어린이집은 여성가족부의 관리를 받기 때문에 이들 시설에 대한 통합적인 관리감독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또 사립유치원의 수업료는 2년전 자율화됐지만 어린이집 보육료는 시ㆍ도지사가 수납 한도액을 정하는 등 제각각이다. 교육부의 한 관계자는 “수업료로 교사 인건비조차 충당하지 못하는 일부 사립유치원이 학부모들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앞으로 유치원 수업료 규정을 시ㆍ도 교육감이 정하는 등의 법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도 “어린이집 보육료에는 교재교구비와 시설관리비가 포함돼 있기 때문에 난방비 등 필요경비를 별도로 받는 것은 규정위반”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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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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