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막내린 중견 휴대폰업체 시대

중견 휴대폰 업체 VK의 부도는 휴대폰 시장에선 메이저 업체만 살아 남게 된다는 것을 뜻한다. 같이 중견 휴대폰업체 트로이카 체제를 구축했던 텔슨전자와 세원텔레콤이 무너진 후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일이지만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VK ‘성공신화’는 운동권 출신이 이룩했다는 점에서 남다른 관심을 모았으나 중국 및 글로벌 업체의 저가 공세와 원高로 인한 원가부담을 견디지 못한 것이다. 휴대폰 배터리 생산업체로 출발한 VK는 휴대폰으로 업종을 전환한 후 중국의 휴대폰 생산 판매 라이선스를 획득하고 한류스타를 고용하는 전략으로 승승장구 했다. 다른 중견업체가 고전을 할 때도 호조세를 유지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러나 메이저업체까지 나선 저가공세와 이미 3세대(3G)로 이전해 가는 시장변화를 따라 잡기 위해 신규개발 투자를 하기에는 중견업체로선 너무 부담이 컸다. VK 추락을 마지막으로 중견 휴대폰업체 시대는 사실상 막을 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휴대폰 시장은 치열한 가격 및 기술경쟁으로 메이저업체도 흑자 내기가 어렵다는 분석이라 어쩔 수 없는 면도 있다. 내수시장은 그런대로 수익성이 있는 편이지만 이마저 대기업이 지배하고 있는데다 단말기 보조금까지 지급하는 상황에서 VK 같은 저가 중심의 중견업체는 설 자리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VK 부도는 한류스타를 기용하고 유럽까지 수출시장을 확대하는 등 환경에 잘 적응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던 터라 충격이 더 크다. 이는 그 동안 휴대폰이 수출의 효자 노릇을 해왔지만 중국의 저가 시장에 의존하던 시대는 지났다는 것을 말해준다. 중국시장은 지금 중국제품조차 소화하기 힘든 포화상태다. 삼성과 LG조차도 노키아나 모토롤라 등 글로벌업체의 저가품과 신제품 공세로 날로 입지가 좁아지는 상황인 만큼 기술개발로 시장을 선도하는 동시에 저가공세 등 시장변화에도 적응하는 노력을 거듭해야만 살아 남을 수 있을 것이다. 중견 휴대폰업체의 연이은 몰락과 같은 상황이 IT업계 전반에서 연쇄적으로 일어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중소업체 지원 등 대책 마련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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