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인터뷰] 이임하는 주한 벨기에대사 쿤라드 루브루아 씨

"월드컵 응원 한국인 열정에 감명"

“젊은이 수백만명이 거리로 나와 응원했던 열정과 한국 축구팀이 보여줬던 환상적인 플레이의 기억을 안고 돌아갑니다.” 4년의 임기를 마치고 30일 본국으로 귀환하는 쿤라드 루브루아(57) 주한 벨기에대사는 “한국이 정치ㆍ경제ㆍ문화적으로 급격한 변화를 맞았던 시기에 재임해서 아주 재미있었다(interesting)”고 소회를 밝혔다. 특히 그는 “월드컵 거리응원에서 느낀 한국인의 열정에 가장 깊은 감명을 받았다”면서 “너무 인상이 깊어서 당시 본국에 보고서를 만들어 보냈을 정도”라고 소개했다. 벨기에는 지난 1901년 고종황제 때 수호통상조약을 맺은 것을 시작으로 1948년 정부수립 뒤 가장 처음으로 한국을 외교적인 독립국으로 승인한 깊은 인연을 간직하고 있는 유럽의 ‘강소국’. 한국전쟁에는 보병 1개 대대를 파견해 106명이 전사한 아픈 기억이 있다. 루브루아 대사는 재임기간을 회고하며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된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예상 밖의 결과(surprising outcome)’가 나온 것도 인상적이었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루브루아 대사에게 한국은 강도를 당한 불쾌한 기억이 남는 나라이기도 하다. 16일 새벽 대사관에서 일했던 전(前) 직원이 강도로 돌변해 대사관저 침실에 침입, 대사 부부를 감금한 뒤 금품을 털어 달아나는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발생했던 것. 이 사건에 대해 그는 “우리 부부는 대단히 충격을 받았다”고 굳은 표정을 지은 뒤 “그렇지만 4년 동안 한국에서 행복하게 지냈고 한국에 대한 긍정적인 인상은 변하지 않았다”고 불변의 한국사랑을 확인했다. 한국의 외교통상부와 경찰의 거듭된 사과와 신속한 수사에 감사의 뜻을 표한 루브루아 대사는 “큰 대사관에는 경비 인력이 많은데 벨기에 대사관처럼 작은 공관에 대한 경비가 부족한 것 같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경찰이 더 주의 깊게 외국공관을 지켰으면 좋겠고 이번 사건과 같은 일이 벌어지면 경찰과 단번에 연결될 수 있는 비상버튼을 설치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벨기에 당국은 강도사건을 보고받은 뒤 매우 당황했지만(upset) 한국정부를 원망하거나 비난하지는 않았다고 그는 전했다. 주북한대사를 지내기도 한 루브루아 대사는 “북핵위기가 외국인의 투자에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빠른 해법을 찾는 것이 아무래도 투자유치에 유리할 것”이라고 북핵 해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4년간 바라본 한국경제에 대해 그는 “경제성장률은 상대적인 것이어서 그것만으로 경기침체를 이야기할 수는 없다”며 “그러나 지나치게 수출에 의존하는 것은 허약한 경제(fragile economy)”라고 지적했다. 그는 “벨기에 국민도 올림픽과 월드컵을 거치면서 한국을 잘 알게 됐다”면서 “비록 지리적으로는 먼 나라이지만 유럽여행 중에 며칠간 머무르면서 한국인들도 벨기에 문화를 접해보기를 바란다”고 당부하는 것으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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