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DVD 표준을 두고 도시바의 HD DVD 방식과 경합 중인 소니의 블루레이(Blu-ray)가 관련 제품의 출시가 잇따라 지연되면서시장 공략에 제동이 걸렸다.
반면 HD DVD는 블루레이에 비해 생산하기 간편하다는 장점에 힘입어 이미 제품 보급에 나선 상태라 두 표준 간의 향후 경쟁 결과가 주목된다.
5일 국내 업계와 외신 보도에 따르면 삼성전자[005930]는 다음달 미국 시장에 내놓기로 한 세계 첫 블루레이 플레이어를 예정보다 한달 늦춰 출시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소니는 블루레이를 탑재한 자사의 인기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3'(PS3)의 시판을 올 봄에서 11월로 대폭 미뤘다.
HD DVD는 전용 플레이어가 지난달 말 도시바를 통해 일본에 출시됐다. 도시바는이달 중 북미 시장에서도 HD DVD 플레이어 2종을 내놓을 계획이다.
이처럼 HD DVD가 블루레이보다 제품 출시가 앞선 이유는 기존 DVD 기술과 호환성이 높아 생산이 쉽기 때문이다. 디스크만 해도 기존 DVD 생산 설비를 HD DVD용으로 전환하는 데 드는 비용이 공장당 15만 달러(약 1억4천450만원)가 안된다.
HD DVD는 관련 제품의 단가도 싸다. 도시바가 북미에 내놓을 HD DVD 플레이어는출시 예상가가 각각 799 달러와 499 달러로 같은 시장에 나올 삼성전자의 블루레이플레이어 예상가보다 200∼500 달러 가량 저렴하다.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HD DVD가 시장 보급률 면에서 블루레이를 압도해 차세대 DVD 표준 전쟁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는 예측마저 나오고 있다.
영국의 저명한 이코노미스트인 존 케이는 4일 파이낸셜타임스에 기고한 칼럼에서 "표준 경쟁에서는 관련 제품을 빠르게 많이 파는 쪽이 승자가 된다"며 "아직 속단하기에는 이르지만 도시바가 먼저 시장에 진입했고 블루레이측 보다 훨씬 싼 값에제품을 내놓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블루레이 '우세론'도 만만찮다. 20세기폭스와 디즈니 등 핵심 콘텐츠를 공급하는 주류 할리우드 영화사들이 대다수 블루레이 진영에 가담하고 있고 11월 소니의 PS3가 출시되면 블루레이의 시장 진출도 급물살을 탈 것이란 지적이다.
그동안 약점으로 지적된 고가 문제와 관련해서도 블루레이 진영은 대량 생산이본격화되면 제작 단가를 얼마든지 낮출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기술 면에서는 블루레이가 HD DVD보다 훨씬 낫다. 블루레이는 디스크 표면에 두개의 기록층을 만드는 '듀얼레이어' 방식 적용시 50GB(기가바이트)에 달하는 정보를 담을 수 있다. HD DVD은 같은 듀얼레이어라도 최대 용량이 30GB다.
현재 블루레이 진영에는 소니를 필두로 필립스, 파나소닉, 델 등이 참여하고 있다. HD DVD측은 도시바와 마이크로소프트(MS), 인텔 등이 주축을 이룬다.
국내의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둘 다 블루레이 진영에 속하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HD DVD 제품 개발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들 두 업체의 관계자들은 차기 DVD 경쟁의 전망을 묻는 질문에 모두 '소비자(시장)가 결정할 문제'라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