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뱅킹] 미리본 금융거래 新풍속도카드·단말기만 있으면 '척척'
PC가 보급되지 않고 정보통신인프라가 열악했던 70년대쯤 소개됐다면 아마도 황당한 미래소설쯤으로 여겨졌을 「풍경」들이다.
그러나 이 정도쯤은 이미 2000년 7월 현재 기술적으로 얼마든지 가능하다. 인터넷 TV가 이미 출시돼있으며 서버와 근거리 통신망이 연결되기만 하면 금융거래를 「풍경」속의 방식대로 처리하는데 별 문제가 없다. 지문인식시스템이나 음성인식시스템 역시 이미 개발돼있다. 다만 이처럼 대중화되기까지는 적어도 5~6년쯤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예측.
물론 자세히 살펴보면 제도적으로 보완돼야 가능한 부분도 있다.<풍경1>의 주부가 B은행에서 만기가된 예금을 인터넷상에서 인출해 즉시 A은행으로 신규예금을 가입하는 장면이 그것. 현행 금융실명거래법상으로는 사실상 사전에 A은행 계좌가 개설돼있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그러나 사이버거래가 보편화되면 당연히 법률이 거기에 맞춰 보완될 것이다.
보안인증의 수단이 확실히 갖춰지고 개인의 정보가 기간망으로 관리되기 시작하면 굳이 본인이 직접 은행에 나가서 통장을 개설하고 본인 명의를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치 않기 때문이다.
이밖에 가까운 미래에 새로이 등장하거나 아니면 사라질 금융거래 풍속도를 다양하게 예측해 볼 수 있다.
우선 전자인증서를 내장한 디지털카드가 급속도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신용카드기능은 물론이고 전자지불기능과 직불기능, 신분증기능까지 모아진 통합카드에 버스·지하철에서 항공교통에 이르기까지 교통카드기능도 부가될 전망.
카드 하나로 생활에 전혀 불편함이 없는 세상이 곧 다가올 것이다. 이미 다기능 통합카드는 일부 전자화페 전문회사가 시범사업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은 이러한 방식의 통합카드를 공식 스폰서로 채택, 상용화의 계기를 만들전망이다.
여기에도 은행은 결제기능을 담당하는 중요한 역할로 끼어들게 된다. 나아가 카드발급을 주도하거나 아예 관련 자회사를 설립할수도 있다. 이미 전자화폐회사인 비자캐시나 몬덱스코리아등의 대주주로 시중은행들이 깊숙히 뛰어들었다.
각종 공과금·국세·지로등의 업무들은 앞으로 개인의 결제대금을 집계하고 결제대행하는 서비스회사가 설립돼 개인들을 지긋지긋한 「건망증」으로부터 해방시켜줄 것이다. 월말에 은행에 찾아가 공과금을 납부하는 모습은 빠르면 2~3년내 자취를 감출수도 있다. 물론 「문명」과 담을 쌓고 사는 「오프라인 신봉자」들이 이따금씩 고지서나 청구서를 들고 당당하게 은행창구를 두드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때쯤이면 은행들은 지로수납을 대행하면서 지금의 송금수수료만큼이나 비싼 수수료를 요구하지 않을까.
IMT-2000사업이 본격화되면 화상전화기가 이동전화를 대체하게 된다. 반도체집적기술은 더욱 발전해 이 추세대로라면 현재의 데스크톱 수준의 PC가 몇년안에 화상전화속으로 들어가게되지 않을까. 여기에 무선데이터통신의 안정성과 속도가 비약적으로 높아지고 화상전화가 대중화되면 결국 개인들은 지금 「핸드폰」을 들고다니는 것처럼 「통신이 가능한 PC」를 주머니속에 넣고 다니게 될 것이다.
이미 이동전화로 주식거래도 하고 웹서핑도 할 수 있지만 PC겸용의 화상전화가 상용화되면 금융은 그야말로 「신천지」로 접어들게 된다.
거기서 더 나아가 국가간에도 금융거래의 장벽은 빠른 속도로 무너질 것이다.
프랑스로 미술공부를 하려 떠난 유학생 K군이 있다고 치자. 재료를 살 돈이 떨어져 재료상에서 신용카드로 물건을 구입한 K군은 까맣게 잊고 있다가 결제일을 넘겨 연체중인 카드로 다시 다른 물건을 구입하기 위해 상점에 왔다. 조회해보니 연체중. 다급해진 그는 서울의 아버지에게 휴대용 화상전화로 사정을 알리고, 아버지는 혀를 차며 전화단말기를 통해 본인의 외화예금계좌에서 아들의 계좌로 돈을 환전해 이체해준다. K군은 즉석에서 신용카드사에 전화를 걸어 연체를 풀고 다시 그 카드로 물건을 구입하고 나온다.
물론 이렇게 묘사된 새로운 금융거래 「풍경」이 현실화되기까지는 몇가지 넘어야할 과제가 있지만 그 시간이 그리 오래걸릴 것 같지는 않다. 이미 국내은행들도 전문 중개회사를 끼고 초고속 해외송금 서비스를 시작해 송금후 20~30분이면 인출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 시차를 넘을 수 있도록 은행의 전산시스템이 24시간 가동되고 동시에 해외은행과의 거래가 국내은행간 거래처럼 이루어지도록 국제적인 결제망이 구축되면 문제는 해결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시대가 길어야 10년 이내에 올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성화용기자SHY@SED.CO.KR
입력시간 2000/07/19 16:59
◀ 이전화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