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자본시장을 바로 세우자] <3-1> 연기금 투자확대 걸림돌들

연금, 증시 문호개방 확대해야<br>일부 연기금에만 국한된 법규정 가장 큰 걸림돌<br>투자종목 선정때까지 모든 책임ㆍ권한 명확하게<br>기금 운용 투자ㆍ관리 전문가 양성도 발등의 불

[자본시장을 바로 세우자] 연기금 투자확대 걸림돌들 연금, 증시 문호개방 확대해야일부 연기금에만 국한된 법규정 가장 큰 걸림돌투자종목 선정때까지 모든 책임ㆍ권한 명확하게기금 운용 투자ㆍ관리 전문가 양성도 발등의 불 • 연기금 주식투자 공방 이번엔 마무리될까 • "국민연금 운용, 신뢰가 중요" • 1부 주식투자 개념 바꾸자 주식도 저축이다 노후 플랜을 짜자 페어게임 룰 보강해야 '주주중시 경영'의 참뜻 • 2부 슈퍼증권·투신사 나올 때다 시장지배력 높여줘라 히트상품이 나오게 하자 역차별을 없애라 “국내 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를 고려해 보면 연기금의 주식투자 확대는 행정수도 이전에 버금갈 만큼 중요한 사안입니다. 연기금 주식 투자를 놓고 구체적인 실행안 없이 정부와 정치권이 입씨름만 하면 빈사 상태인 국내 증시는 언제 후진 증시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겠습니까.” 장범식 숭실대 경영학부 교수(코스닥위원회 위원)는 한국 증시가 세계에서 가격 변동성이 가장 큰 시장 가운데 하나로 전락한 이유로 제 역할을 못하는 기관 투자자를 꼽는다. 단기 매매 위주의 개인 투자자들이 하루 주식 거래량의 90% 이상 차지하는 상황에서 주가 안정성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는 주장이다. 종합주가지수가 500포인트와 1,000포인트를 오르내리는 악순환 고리를 끊기 위해 국민연금 같은 기관투자자가 제 몫을 해 줘야 한다는 생각은 장 교수만이 아니다. 대다수 시장 전문가들은 붕괴 직전에 몰린 한국 증시의 구원 투수로 연기금이 나서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55개 연기금이 시장의 주역으로 등장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하나 둘이 아니다. ◇관련 법 개정 등 여건 마련 급선무= 전문가들은 국민연금ㆍ사학연금ㆍ공무원연금 등 일부 연기금에만 주식 투자를 허용하고 있는 법 규정을 가장 큰 걸림돌로 지목하고 있다. 안정적으로 주식에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국내 대표적인 기관 투자자인 연기금이 증시의 보호막이 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25개 연기금에 한정돼 있는 연기금 주식투자 허용범위를 43개로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 기금관리기본법 개정안의 경우, 정치권의 의견 대립으로 올해도 국회 통과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지난해 55개 연기금은 운용자금 190조원에 가운데 7조6,000억원(4.0%)만을 주식투자에 할애했다. 68% 수준인 미국 연기금과 OECD 평균치 32.57%에 비해 턱없이 적은 수치다. 말레이시아만 해도 21.4%나 된다. 장재하 국민연금 주식운용팀장은 “국민연금 등 일부 연기금에만 국한돼 있는 주식 투자 허용 요건을 나머지 기금으로 확대해 주지 않는 한 주식시장에서 연기금 역할은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책임과 성과를 명확하게 규정해라= 연기금 주식 투자가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현행 자산운용 관련 규정이 더 다듬어져야 한다. 연기금 자산운용 지침이 선진국 연기금처럼 구체적이어야 한다는 얘기다. 기획예산처가 연기금의 자산운용과 관련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놓았고 내년부터 연기금이 이를 시행할 예정이지만 책임과 성과 영역이 여전히 모호하다. 장 교수는 “투자 종목을 펀드매니저가 마지막으로 선정하기까지 의사결정 세부 단계별로 모든 책임과 권한이 보다 명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지금처럼 연기금 실적을 매년 평가하는 방식만을 고수할 게 아니라 3~5년 단위로 장기 평가하는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연기금 투자 성과를 1년 단위로 평가하면 펀드 매니저들이 장기적인 소신 투자에 나설 수 없기 때문이다. 이채원 동원증권 자산운용본부 상무는 “수익률 평가 기간이 3~5년으로 장기화할 경우 매매 종목도 종합주가지수를 추종하는 시가총액 상위 종목 위주에서 블루칩이나 우량 배당주로 자연스럽게 바뀔 수 있다”고 지적했다. ◇"투자 및 관리의 전문성을 강화해라"= 연기금이 주식시장에서 본격적으로 활동하려면 투자 및 관리의 전문성을 지금보다 한차원 더 높이는 것이 시급하다. 현재는 연기금 운용계획을 기금운용회에서 결정한다. 하지만 기금의 공공성을 강조하다보니 기금운용회의 구성원이 각계 각층의 대표로 구성돼 있다. 국민연금 등 주요 연기금들의 경우 전체 운용회 멤버 가운데 금융전문가는 사실상 전무하다고 평가해도 할말이 없을 정도다. 오상우 기획예산처 금융기금과 사무관은 이와 관련, “선진국은 기금운育㎰廢맛?대표성 보다는 전문성을 더 강조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연기금과 밀접하게 연계된 업무를 진행하고 있는 한 시장 관계자는 “(연기금 운용위원회가) 전문성을 확보하지 못하다 보니 가급적 위험을 멀찌감치 피해가는 것을 최선의 운용방침으로 정하고 있는 모습”이라며 “현재와 같은 상황에선 연기금에게 주식투자를 적극적으로 하라고 강권하는 것 자체가 ‘질 것이 뻔한 전장터로 내모는 것’과 진배없다”고 말했다. 입력시간 : 2004-08-17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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