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10월 16일] 크루그먼에 시비걸기

폴 크루그먼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가 한국경제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그가 지난 14일 국내 한 포럼에서 “한국경제의 놀라운 회복속도는 과장됐을 수 있다”고 밝힌 것. 한국경제 회복은 국제교역 회복 때문인데 세계경제가 내년에 더블딥에 빠질 경우 한국도 별 도리가 없다는 진단을 내놓았다. 그런데 이날 공교롭게도 다우지수는 근 1년 만에 1만선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크루그먼 입장에서는 더블딥을 언급하자마자 뉴욕증시가 급등해 겸연쩍었을 듯싶다. 전문가의 예측이란 설사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던 거물이라 할지라도 믿을 게 못된다는 것은 상식이 돼 버렸다. 경제는 과학이 아니라 세상을 이해하는 관점을 보여주는 학문에 불과하다. 지난해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던 크루그먼은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아시아의 성장은 허상’이라고 비판했던 인물이다. 그랬던 그가 이번 금융위기를 맞아 케인스 학파를 대표해 아시아 경제 모델이 그나마 나았고, 미국의 패권은 위기를 맞았다고 말하고 있다. 세상은 돌고 돈다. 크루그먼의 한국경제 관련발언을 문제 삼는 것은 이번 예측이 또 틀릴 것으로 보기 때문은 아니다. 앞에서 언급했다시피 전문가의 예측이란 맞을 수도, 틀릴 수도 있다. 문제는 그의 발언에 어떤 배경이 있지 않나 하는 의구심 때문이다. 최근 발표되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의 실적은 전반적으로 개선추세가 뚜렷하다. 더구나 국내 대표 기업들의 실적은 ‘어닝 서프라이즈’라는 말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좋다. 그런데 자꾸 글로벌 경제의 추가 하락을 염려하는 발언을 쏟아낸다. 노파심에서 내놓는 발언으로만 보기에는 뭔가 미심쩍은 구석이 있다는 말이다. 얼마 전 호주가 기준금리를 올렸다. 이제 세계경제가 바닥을 친 만큼 유동성을 회수하겠다는 의지를 시장에 보낸 것이다. 그러나 호주의 결정을 바라보는 미국의 입장은 그리 편하지 않다. 현재 미국경제는 독일ㆍ프랑스 등 유럽보다 불안하고 아시아 국가보다는 훨씬 더 불안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호주를 따라 아시아 국가가 연쇄적으로 금리를 올리면 미국경제의 회복은 느려질 수 있다. 크루그먼의 발언을 선의로만 보기보다는 이런 각도에서 볼 필요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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