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美 금융계 M&A 바람 다시분다

미국 3위 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7위 플릿보스턴 파이낸셜을 합병키로 하는 등 미 금융계에 인수ㆍ합병(M&A)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이와 관련, BOA는 27일 미 전역에서의 소매금융 확대를 위해 플릿보스턴을 470억 달러에 인수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BOA가 플릿보스턴과 합병키로 한 것은 90년대 말에 마무리된 것으로 보였던 미국 은행들의 몸집 부풀기가 다시 촉발되는 신호탄으로 해석되고 있다. 올들어 지난 3월 이래 뉴욕 증시가 8개월째 황소장세(bull market)를 지속하고, 미국 경제의 회복 기조가 완연하면서 은행들이 짝짓기를 통해 몸집 부풀리기에 나선 것. 그러나 미국 은행들의 M&A가 재연되더라도 미국 5대 은행의 인수ㆍ합병(M&A)이 2000년 초를 기점으로 거의 마무리됐기 때문에 대형은행의 군소은행 인수 범주에 머물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BOA와 플릿보스턴의 합병 계획이 마무리되면 BOA는 현재 2위인 JP모건-체이스 은행을 따돌리고 시티그룹에 이어 미국 랭킹 2위로 부상하게 된다. 은행 이름은 미국에서의 네임 밸류를 살려 `뱅크오브아메리카`로 하기로 했다. BOA는 미국 동남부, 서부 캘리포니아를 주무대로 하고 있고, 플릿보스턴은 매사추세츠, 커네티컷, 뉴저지, 뉴욕주에서 영업을 해왔다. 이에 따라 이번 합병은 `3위+7위=2위`의 공식을 창출하며, 미국 남부와 서부 캘리포니아에 주 영업 무대를 두고 있던 BOA가 시티와 체이스의 두 상업은행이 장악하고 있는 뉴욕 금융권에 진출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의 부와 돈이 집중돼 있는 뉴욕 시장이 이제 2파전에서 3파전으로 확대된 것이다. 두 은행의 짝짓기는 대등한 합병이라는 모양새를 갖추었지만 실제로는 대형은행인 BOA가 군소은행인 플릿보스턴을 인수한 것이다. BOA는 플릿보스턴 은행의 주가에 40%의 프리미엄을 얹어 주었다. 이는 다른 잠재적 경쟁자를 따돌리기 위한 것으로 은행 전문 애널리스트는 이 가격이면 사실상 합병이 종료된 것이나 다름없다고 평가했다. 합병 은행의 회장은 플릿보스턴 은행의 찰스 지포드 회장이 맡지만, BOA의 케네스 루이스 회장이 공동으로 최고경영자(CEO)를 맡아 본사가 위치한 노스캐롤라이나 샷롯에 주재하면서 회사 일을 모두 맡기로 했다. 19명의 이사 중 12명은 BOA에, 7명은 플릿보스턴에 배분키로 해 실질적 경영권을 BOA가 쥐게 됐다. BOA는 3,300만명의 개인고객을 확보해 미 북동부와 남동부, 중서부, 남서부, 서부에서 리딩 뱅크 역할을 하고, 미국 전역과 전세계 34개국의 기업고객 250만명을 보유하게 됐다. 점포 수는 5,700개에 이른다. 미국 은행의 합병은 겸업 부분의 살 빼기를 동반하고 있는데, 아직 합병 초기여서 양측은 점포 폐쇄 및 인원 감축에 관해 언급을 자제했다. 이번 합병이 미국 은행의 M&A를 가속화 시키는 촉매가 될 것이라는 견해에는 이견이 없다. 시티에 이어, BOA에 밀리게 된 JP모건-체이스는 군소 상업은행 또는 월가 투자은행을 합병할 것이라는 얘기가 돌고, 중부지역에 영업망을 확보하고 있는 웰스파고와 뱅크원의 합병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글래스-스티걸 법안 폐기로 미국 은행간 영업 장벽이 해제된 이후 진행됐던 미국 금융계의 거대 그룹화는 2000년 초 JP모건과 체이스의 합병으로 거의 마무리돼 대규모의 인수ㆍ합병이 이뤄질 여지가 없다는 것이 은행 애널리스트들의 분석이다. <뉴욕=김인영특파원 in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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