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사업·강남 집값 어떻게 되나
조합원간 소송·절차상 하자가 변수재건축단지 가격 조정 분위기…장기적 급등 '경고'
송파구 "잠실2단지 분양승인 문제없다"
공정위, 부동산분양 시장 실태 조사
도곡 2차 재건축 분양 한달간 보류
잠실 주공 2단지 추가 위법여부 조사
정부의 재건축단지에 대한 전방위 압박이전개되면서 재건축사업이 난항을 겪는 단지가 속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4차 동시분양 참여를 추진했던 강남구 대치동 도곡2차의 분양승인이 26일 한달간 보류돼 사업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전날 잠실 주공2단지의 분양승인이 전격적으로 이뤄졌던 것과는 다른 결과로 정부의 재건축 `옥죄기' 노력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여기에 경찰의 재건축 비리에 대한 전방위 수사까지 펼쳐지고 있어 건설업체들은 좌불안석이다.
정부의 이같은 고강도 처방은 강남권 재건축 단지의 가격급등을 잡지 않고서는참여정부의 집값 안정 기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고민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강남에서 새 아파트를 공급하는 거의 유일한 통로가 재건축이라는 점에서 재건축사업 위축이 오히려 장기적으로는 강남 집값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 분양 앞둔 재건축단지 어떻게 되나 = 4차 동시분양 참여를 추진했던 재건축단지 2곳에 대한 결정이 엇갈리게 나오면서 분양을 앞둔 다른 재건축단지의 사업에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이번에 건교부의 집중 조사를 받은 두 곳의 재건축단지는 모두 분양가를 낮췄음에도 분양승인 여부는 달랐다.
잠실 주공2단지는 높게 책정했던 일부 평형의 분양가를 관리처분 총회에서 통과된 분양가 수준으로 환원해 분양승인을 받았지만 도곡2차는 일부 평형의 분양가를소폭 낮췄음에도 불구하고 분양승인이 한달간 보류됐다.
두 단지의 차이는 뭘까.
건교부 한창섭 주거환경과장은 "도곡2차는 대지소유권을 두고 조합원간 소송이진행되고 있는데 이는 법원의 판결에 따라 일반분양 자체를 무효화시킬 수 있는 사안으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해 구청에 분양승인 보류를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주공2단지의 경우에도 소송이 진행되고 있기는 하지만 일반분양을 뒤엎을만한 사항은 아니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즉, 고분양가 여부보다는 조합원간에 대지소유권 등 중대 사안을 두고 내분이있을 시에는 일반분양자 보호를 위해 분양승인을 보류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같은 기준에서 내달 18일 개발이익환수제 시행 이전에 분양승인을 신청하기위해 서두르고 있는 다른 단지들의 운명도 갈릴 전망이다.
우선 잠실 시영과 강동시영1차 등은 도곡2차와 비슷한 내용의 `미동의자 매도청구소송'이 진행되고 있어 분양승인을 신청하더라도 보류될 가능성이 크다.
일부 조합원들이 토지소유권을 조합측에 넘기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는 뜻이다.
두 단지의 시공사 관계자는 "논란이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법원에 공탁을 해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지만 도곡2차도 공탁을 했음에도 건교부는 이를 문제삼았다.
다만 도곡2차는 1심에서 패소한 반면 잠실시영은 1심에서 승소해 건교부와 구청이 다른 결론을 낼 수도 있다. 강동시영1차는 현재 1심이 진행중이다.
삼성동 AID차관아파트와 잠실 주공1단지도 일부 평형 조합원들이 재건축결의 무효소송을 진행중이어서 분양승인이 받아들여질지 미지수다.
대지소유권을 놓고 갈등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건교부가 정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은 상황에서 분양이 보류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AID차관아파트 시공사 관계자는 "조합원간 내분이 있어 일반분양이 예정대로 이뤄지지 않을 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부는 분양승인 여부와 상관없이 절차상 명백한 하자가 있으면 관리처분계획을 취소 또는 중지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어서 의외의 난관에 직면할 수 있다.
이 밖에 나머지 재건축단지들은 사업추진이 늦어 내년 이후에나 일반분양에 나설 방침이지만 대부분 한 두가지씩의 소송은 걸려 있어 사업은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또한 이와 별도로 경찰 수사도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재건축사업치고 관행상 털어서 먼지 안 나는 곳은 없다"는 한 건설업체 관계자의 말처럼 재건축사업은 온갖 비리가 난무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만약 시공사나 조합측의 비리가 들통나더라도 해당된 이들만 사법처리될 뿐 재건축사업에는 큰 지장이 없다는 의견도 있지만 비리가 드러날 경우 조합원간 내분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한편 일부에서는 건교부가 제재를 가하는 잣대가 불분명해 재건축시장의 혼란을부추기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강남 집값, 장기적으로 급등 가능성 = 정부의 강경 방침이 알려진 뒤 강남시장은 매수.매도 문의가 완전히 사라진 채 상황을 관망하는 분위기다.
꿋꿋하게 버티던 호가도 조금은 하락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잠실 갤러리아공인 관계자는 "잠실 주공1단지의 경우 매수세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매도 호가는 조금 빠지고 있다"면서 "아무래도 조금 조정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초구 잠원동 한신 중층 단지들도 거래가 사라지기는 마찬가지다.
태성공인 관계자는 "건교부의 중층 아파트 안전진단 강화 등 조치가 잇따르면서거래 움직임이 없어졌지만 거래 자체가 없기 때문에 호가도 아직까지는 별 변동이없다"고 말했다.
이날 분양승인 보류가 결정난 도곡2차의 경우에는 아직까지는 뚜렷한 움직임이없다.
인근 우방공인 관계자는 "이제 막 소식이 전해져서인지 별다른 문의도 없다"면서 "조금 더 지켜봐야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동안 시장이 혼란스런 상황이겠지만 조만간 가격 하락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내집마련정보사 김영진 사장은 "재건축단지는 그동안 과대평가된 측면이 강한데다 조합원 부담도 늘어날 수밖에 없어 가격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건축사업이 차질을 빚으면 강남의 수급 불안이 더욱 가중된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는 강남 집값을 부추길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김 사장은 "지금 나오는 재건축단지 공급이 끝나면 한동안 강남권 공급에 공백이 생기고 2-3년 뒤에는 가격 급등을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재건축단지 외의 강남권 일반아파트 가격이 올라갈 가능성도 있다.
현도컨설팅 임달호 사장은 "강남권 대형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여전한 이상 재건축에 대한 관심이 강남권 일반 아파트와 분양권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도곡2차의 분양승인이 어렵다는 소문이 돌면서 인근 렉슬아파트의 경우에는 분양권 값이 올랐다.
인근 명문부동산 관계자는 "최근 도곡2차를 두고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진행하고있다느니 분양승인이 어렵다느니 하는 소문이 돌면서 가까운 렉슬아파트의 분양권을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정진 윤종석기자
입력시간 : 2005-04-26 11: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