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국 수도 워싱턴 일대를 공포로 몰아 넣은 연쇄 저격사건의 용의자 존 앨런 무하마드(42)를 사형장으로 보낼 것인가를 두고 배심원들이 장고에 들어갔다.17일 버지니아주 버지니아 비치에서 열린 이 사건 재판에서 배심원단은 무하마드에게 적용된 살인과 테러 등 4개 혐의 모두에 대해 유죄가 인정된다고 평결했다.
무하마드는 공범 용의자 리 보이드 말보(18)와 함께 지난해 10월 3주간에 걸쳐 13명을 저격, 이중 10명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으며 이번 재판은 버지니아 주 매너서스의 한 주유소에서 주유 중 머리에 총탄을 맞고 숨진 딘 해럴드 마이어스(53) 살해 사건과 관련된 것이다.
재판 과정에서 변호인들은 무하마드가 방아쇠를 당긴 것을 목격한 증인이 없다는 점을 들어 무죄를 주장했으나 검찰은 무하마드가 연쇄 저격 사건을 기획하고 실행한 주모자라고 반박했었다.
이제 배심원들은 무하마드의 형량을 결정하는 절차를 남겨두고 있다.
리처드 콘웨이 검사는 유죄 평결 후 시작된 형량 결정 심리에서 배심원을 행해“무하마드가 여전히 조금의 가책도 없이 여러분 앞에 꼿꼿하게 앉아 있다”며 “그에게 극형이 내려져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변호인들은 무하마드가 사형을 면하도록 하는 데 변론의 초점을 맞췄다. 조너던 사피로 변호인은 “또 한 명의 목숨을 빼앗는 것이 왜 필요하지 않은가를 증명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재판에는 루이지애나 주에서 살해된 재미동포 홍 베린저씨의 친척 등 유족 상당수가 참석, 유죄 평결이 내려지자 흐느끼는 모습도 보였다.
공범인 말보는 미 연방수사국(FBI)요원인 린다 프랭클린을 살해한 혐의로 지난 주 인근 법정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말보의 변호인측은 그가 무하마드의 세뇌를 받아 범행에 가담하는 등 정신적인 장애를 주장하고 있으나 검찰측은 말보에게도 사형을 구형할 예정이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