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美불황 끝 보이나 회복속도 완만"

그린스펀 '신중한 낙관'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27일 하원 금융위원회에서 한 발언의 골자는 미국 경제에 대한 '조심스런 낙관'으로 요약된다. 그는 현단계의 경제를 긍정과 부정의 두 방향에서 진단했다. 긍정적인 측면은 10년만에 겪고 있는 미국의 경기침체가 이제 끝나가고 있다고 인정한 점이고, 부정인 해석은 회복의 힘이 약하다는 대목이다. 그린스펀 의장의 연설과 별도로 발표된 FRB의 보고서는 올해 성장률을 2.5~3%로 보았는데, 이는 연방정부와 의회 예산국이 내년도 예산을 편성하면서 전망한 1% 미만의 성장률보다 높다. 그렇지만 과거 경기 회복 첫해에 5~6%의 높은 성장률을 달성했던 전례에 비추어 이번 침체는 완만하게 진행됐기 때문에 회복 속도도 과거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 FRB의 전망이다. ◇저금리 오래갈 것임을 시사= 그린스펀 의장의 발언으로 볼 때 미국 중앙은행의 금리정책은 당분간 경기 회복을 지켜보며 현재의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FRB는 지난해 11차례의 금리인하를 단행, 6.5%였던 은행간 단기금리를 1.75%까지 인하, 현재 40년만에 가장 낮은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금리 변동에 가장 민감한 채권시장은 연말까지는 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이 주류를 이루며, 상승세를 보였다. 이에 비해 뉴욕 증시는 오전장에서 그린스펀이 경기가 돌아서고 있다는 대목에 초점을 맞춰 강세를 보였지만, 오후 들어 회복력이 약하다는 의미를 이해하고 약세로 돌아섰다. 그린스펀의 이날 조심스런 견해는 지난 1월 24일 상원 은행위원회에서 한 발언과 동일한 맥락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날 상무부가 발표한 1월 내구재 주문량은 2.6% 증가했지만, 1월 신규주택 거래건수는 전월대비 14.8% 하락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엇갈리는 수치를 보여주었다. 미국 경기 회복력이 강하지 않을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그린스펀 의장은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서고 있다고 보는 근거로 소비와 산업 재고를 들었다. 경제지표로 볼 때 미국인들의 1월 소비는 강하게 회복되고 있고, 산업 재고는 이제 더 이상 정리할 것이 없다는 이코노미스트들의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그린스펀은 고용시장이 약하기 때문에 소비가 언제까지 강세를 지속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수요 확대에 회의적= 그린스펀은 경기를 위로 끌어올리는 힘, 즉 수요 측면에서 FRB 의장은 상당히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그는 "재고 정리에서 발생하는 반등의 힘이 나타나기 전에 수요가 강하게 지속되지 않을 경우 회복력이 단기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FRB는 미국의 실업률이 현재 5.6%에서 6.25%까지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는데, 실업자 증가에 따른 소비 위축이 현재 경제회복의 모멘텀을 죽일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우려에 초점을 맞춘 월가의 이코노미스트들은 이중 저점(더블딥) 이론을 제기, 'W자형' 회복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또 기업의 투자가 살아나야 하는데, 그린스펀은 기업들이 지난 99년 새로운 밀레니엄(Y2K)을 앞두고 과잉투자를 했기 때문에 투자의 회복에 어려움이 있다고 진단했다. 엔론 사태와 관련, 그는 "엔론 파산의 파장이 미국 경제에 장기적인 충격을 주지 않을 것"이라며, 금융규제를 강화할 필요성을 역설했다. 뉴욕=김인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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