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기술우대도 이 정도는 돼야

일본 법원이 기업의 직원이 발명한 특허기술에 대해 200억엔(약 2,00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것은 우리사회의 말뿐인 기술우대정책과 갈수록 심화하는 이공계기피 현상 등과 관련해 많은 것을 시사한다. 일본 도쿄지방재판소는 지난달 30일 니치아 화학공업은 세계 최초로 청색 발광 다이오드(LED)를 발명한 산타바버라 대학의 나카무라 슈지 교수에게 200억엔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지난 93년 나카무라 교수가 니치아 화학공업의 연구원으로 있을 당시 발명한 청색 LED는 단파장 레이저의 기초기술로, 일본 법원은 2010년까지 제품 매출액을 1조2,086억엔, 발명특허에 따른 이익을 1,208억엔으로 보고 나카무라 교수의 기여도를 최소 50%, 604억엔으로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아직 1심에 지나지 않으므로 최종 판결이 나올 때까지 시간이 걸리겠지만 사원의 발명은 회사 재산이라는 지금까지의 관행을 허물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더욱이 지난 2000년 나카무라 교수가 갑자기 미국 대학으로 이적하면서 두뇌유출 논란까지 일으켰던 만큼 이 판결에 대해 일본 사회는 연구의욕을 북돋울 계기라며 환영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물론 일본에 사원 발명가에 대한 포상제도가 없는 것도 아니고 거액의 포상금이 기업 부담을 가중시켜 국제경쟁력을 해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니치아 화학공업이 관련 특허 80건을 획득하는 계기가 됐던 청색 LED 발명에 대해 나카무라 교수에게 지급한 기존의 포상금은 겨우 2만엔에 지나지 않았다. 사내 발명에 대한 빈약한 포상은 우리나라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900억원 짜리 발명에 21만원을 보상`한 것으로 알려진 휴대폰의 `천지인` 소송은 대표적인 사례다. 물론 발명의 가치는 상품화로 성공하기 전까지는 제대로 산정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과거 코카콜라의 제조법이나 MP3의 원천기술, 그리고 바코드 등이 모두 발명가에게 푼돈만을 안겨주었던 사실에 비춰 보더라도 발명과 그 대가는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 하지만 국가대표로 뛰거나 프로팀에서 스카우트 되는 운동선수에게는 엄청난 포상금이나 이적료가 주어지는데 인류의 내일을 밝혀줄 발명에 대해 무관심하다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이공계에 우수 학생의 지원이 줄어들어 이미 국가에서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고 갖가지 이공계 살리기 방안이 쏟아지고 있다. 한 사람의 과학두뇌가 엄청난 국부를 일으킨다는 사실은 논외로 하고, 기술우대 사회분위기 조성차원에서라도 발명에 대해서는 넉넉하게 보상을 해줘야 하리라고 판단된다. <김민형기자 kmh204@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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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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