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글로벌 경기침체로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통신사업자들이 현금성 자산을 늘리는 반면 투자는 대폭 줄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최근까지 1ㆍ4분기 실적발표를 한 6개 기간통신사업자의 현금성 자산 총액은 4조1,572억원으로 1년 전(3조5,337억원)보다 무려 6,000억원 이상 늘어났다. 이는 또 지난해 4ㆍ4분기(3조565억원)보다도 1조원 이상 많은 것이다. 현금성 자산은 현금과 유가증권과 같은 현금 등가물, 그리고 정기예금과 같은 단기 금융상품 등이 포함된다. 사업자별로는 KT가 1조7,63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KT의 현금성 자산은 지난 2005년 1분기(2조100억원) 이후 4년만에 가장 많은 것이다. 이어 SK텔레콤(1조4,237억원), KTF(4,082억원, LG텔레콤(2,923억원), LG데이콤(2,992억원), LG파워콤(1,708억원) 등의 순이었다. 이 가운데 SK텔레콤은 지난해 1ㆍ4분기에 비해 5,700억원 가까이 줄어 유일하게 감소세를 보였다. 현금성 자산이 증가한 것과는 달리 통신사들의 설비투자는 지난해 1ㆍ4분기 1조922억원에서 올해 7,793억원으로 29%나 감소했다. SK텔레콤과 LG통신그룹의 투자 확대에도 불구하고 KT가 최고경영자(CEO) 교체와 합병 때문에 4,000억원이나 투자 차질이 빚어진 영향이 컸다. 이처럼 통신 사업자들이 현금성 자산을 늘리고 투자를 줄인 것은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무리하게 사업 확대를 위한 투자를 하기 보다 최대한 유동성을 확보해 놓은 후 일을 기약하자는 심리가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각 기업들이 비용 절감과 영업이익 확대를 올해의 최우선 경영목표로 삼으면서 현금성 자산의 비중이 높아졌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은 적극적인 사업을 고민하기 보다 '일보 전진을 위한 이보 후퇴'가 더욱 필요한 시기"라며 "경기침체가 당분간 지속되고 비용 절감 노력도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현금성 자산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기업들이 지나치게 몸을 사리면서 '투자 확대를 통한 일자리 창출'이라는 정부 정책을 너무 외면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