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푸틴 '정치적 아들'로 러시아 최연소 권좌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 당선자<br>17년 동고동락하며 푸틴 대통령 탄생 '일등공신'<br>'강한 러시아' 건설 힘 보태며 자기 입지도 넓혀<br>자유주의 성향으로 록에 심취·청바지 즐겨입어

2일 실시된 대선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승리해 제5대 러시아 연방대통령에 오르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제1부총리는 42세로, 1917년 차르(황제) 체제 몰락 이후 소비에트 시절을 포함해 러시아 역사상 최연소 대통령 당선자가 됐다. 메드베데프는 대통령 선거가 끝난 뒤 붉은 광장에서 열린 록 콘서트에 푸틴 대통령과 함께 참석, “나라의 안정을 확고히 하고 푸틴 대통령의 정책을 계속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하면서 자신이 푸틴의 정치적 계승자임을 확인시켜 주었다. 청바지와 가죽재킷을 입은 그는 “우리는 푸틴 대통령이 이 나라를 위해 마련한 길을 계속 갈 것이고 그것을 위한 많은 기회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작은 키에 유약한 선비형 관료로 묘사되는 그가 과연 대국 러시아를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을까 반신반의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합리적 성격과 드러나지 않는 카리스마를 가진 ‘외유내강형’ 인물로 평가하는 사람들도 많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은 “메드베데프는 러시아의 차기 정치 지도자를 대표한다”며 “매우 지적이며 새로운 세대의 인물”이라고 호평했다. 메드베데프는 그의 이름을 딴 ‘메드베지(러시아아로 곰)’와 동양적 이미지에 속내를 알 수 없는 인물이라는 의미로 옛 터키 제국 대신을 뜻하는 ‘비지어(Vizier)’란 별명을 갖고 있다 메드베데프는 1965년 9월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대학 교수 집안의 외아들로 태어나 윤택한 생활을 했다. 어린 시절부터 책 읽기를 즐긴 독서광이었으며 성적이 우수하고 말수가 적어 친구들은 그를 ‘라줌니크(모범생)’라고 불렀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같은 상트 페테르부르크 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했다. 대학 재학시절에는 당시 소련 정부가 금지한 ‘딥 퍼플(Deep Purple)’, ‘블랙 사바스(Black Sabbath)’ 등 영국의 하드 록 밴드에 심취하는 등 자유주의 성향을 지녔다. 지금도 평상시에는 청바지와 가죽재킷을 즐겨 입는다. 하루 두 번의 수영을 통해 건강을 유지하며 술은 거의 입에 대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드베데프는 상트 페테르부르크 대학에서 법학 박사를 받은 뒤 1991년부터 5년간 모교 법학과 강사로 일하면서 푸틴 대통령이 위원장으로 있던 상트 페테르부르크 시청의 외교관계 위원회에서 일했다. 사회 생활의 첫발을 푸틴 아래서 내디뎠고 그 인연이 오늘의 그를 만든 셈이다. 그는 푸틴을 따라 모스크바로 오기 전 잠시 러시아 최대 제지업체의 법률 이사로도 근무했다. 1999년 푸틴 대통령이 총리로 지명되자 그는 총리실 차장에 임명됐고 2000년 대선에서는 선거대책본부장이 돼 푸틴을 ‘황제’의 자리에 앉히는데 일등 공신이다. 그 공로로 대통령 행정실 부실장과 러시아 국영 가스업체인 가즈프롬 이사장직을 동시에 맡았다. 그는 푸틴이 표방한 ‘강한 러시아’를 만드는데 힘을 보탰고 그러면서 자신의 정치적 입지도 넓혀갔다. 메드베데프는 2003년 대통령 비서실장을 역임한 데 이어 2년 뒤에는 대통령의 교육,사회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제1부총리 자리에 올랐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가신 그룹 중 푸틴의 친구인 세르게이 이바노프 제1부총리와 함께 대권 후보로 일찍부터 낙점 됐었다. 그러나 사실 지난해 12월 푸틴 대통령이 그를 후계자로 지명하기 전까지 후보 경쟁에서 연방보안국(FSB)출신으로 ‘실로비키(군ㆍ정보기관 출신 관료)’의 후원을 받고 있던 이바노프에게 다소 밀린 감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이바노프 대신 동향이자 대학 동문으로 자신과 17년을 함께 동고동락해오며 ‘정치적 아들’로 까지 불리는 메드베데프를 후계자로 선택했다. 메드베데프는 최근 한 포럼에서 “나는 평범한 가정에서 자랐으며 대통령이 되겠다는 꿈을 꾸어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동갑내기인 부인 스베틀라나 메드베데프와는 7살 때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로 지난 1989년 결혼, 올해 12살 된 ‘일랴’라는 아들 1명을 두고 있다. 푸틴 대통령의 부인인 류드밀라 여사가 스튜어디스 출신으로 푸틴이 권력을 잡기 전까지 전혀 알려지지 않는 여성이었던 것에 비해 스베틀라나는 패션쇼 큐레이터와 교육 프로그램 운영자로 왕성한 사회활동을 해왔다. 이런 그녀를 러시아 언론들은 ‘자유분방하다’고 묘사한다. 푸틴의 후계자인 동시에 꼭두각시에 불과하다는 우려를 듣는 그가 향후 4년간 러시아를 어떻게 이끌어 나갈지 여부에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 메드베데프 약력




▲ 1965년 상트페테르부르크 출생 ▲ 1990년 상트페테르부르크대 법학박사 ▲ 1990년∼1999년 상트페테르부르크시 법률자문위원 ▲ 1999년 크렘린 행정실 부실장 ▲ 2000년 푸틴 대선 캠프 본부장 ▲ 2003년∼2005년 크렘린 행정실 실장 ▲ 2002년∼현재 가즈프롬 회장 ▲ 2005년∼현재 제1부총리 ▲ 2007년 푸틴 대통령 후계자로 지명, 통합러시아당 대선후보 ▲ 2008년 러시아 대통령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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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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