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히틀러는 혼돈의 시대가 만들어낸 "괴물"

[화제의 책] 히틀러 1ㆍ2권 (이언 커쇼 지음, 교양인 펴냄)<br>1차 세계대전 패전후 사회 불안감 팽배<br>獨 국민들 염원속 '민족의 영웅' 등장<br>"독재 이끈 원천은 권력 아닌 카리스마"



아돌프 히틀러만큼 20세기에 가장 뚜렷한 '흔적'을 남긴 인물이 또 있을까. 무솔리니ㆍ스탈린ㆍ마오쩌둥 같은 독재자도 떠오르지만 전세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개인을 말하라면 단연 히틀러를 꼽을 수밖에 없다. 혹자는 20세기는 히틀러의 시대였다고 단언할 정도다. 이견이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히틀러를 뛰어넘을 만큼 모국의 울타리를 넘어 온 인류의 운명을 뒤흔든 사람은 많지 않다는 점이다. 히틀러에 대한 평가는 인간의 탈을 쓴 악마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그러한 평가는 균형 잡힌 시각이 아니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인간 히틀러는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닌 그 시대가 만들어낸 '괴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히틀러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이자 구조주의 역사학자인 이언 커쇼는 히틀러라는 인물을 30여년 간 연구해 그 결과물을 2,200여 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저작으로 내놓았다. 저자는 히틀러의 전무후무한 권력의 비밀을 파헤친다. 독재자 히틀러가 지닌 강력한 힘의 원천은 단지 당 지도자라는 높은 자리에서 나온 권력이 아니라 개인이 내뿜는 '카리스마'에서 나온 권력이라고 말한다. 히틀러 그 자신이 '독일을 구해야 한다'는 역사적 사명감에서 권력을 이끌어 냈고 국민들도 이에 적극 추종했다는 것이다. 독일인들은 프리드리히 대제와 비스마르크 이후 오랫동안 '공석'으로 남아 있던 '민족의 영웅'을 그리워했고 이러한 때 구세주처럼 나타난 히틀러에 열광할 수밖에 없었다는 이야기다. 히틀러가 등장했던 1920년대에는 독일이 1차 세계대전에서 패전하고 대공황까지 덮쳐 사회가 극도로 불안했었다. 여기에 러시아에서 시작된 볼셰비키 혁명으로 국민 대다수는 민족을 구원할 영웅의 등장을 기다리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별 볼일 없는 환경에서 자란 히틀러가 최고 권력자로 급부상할 수 있었던 데에는 이 같은 사회심리학적인 측면이 크게 작용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물론 히틀러라는 인물이 갖고 있는 독특한 인성도 한 몫 했다. 히틀러는 타고난 연설가이자 선동가ㆍ조직가ㆍ이론가였다. 그를 가까이에서 접한 측근들은 히틀러를 두고 '일급 정치 배우'라고 입을 모으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청중이 빽빽이 들어찬 집회장에 일부러 늦게 나타나는 것이나 철저하게 계산된 연설, 화려한 손짓과 몸짓까지 모두 다 관객의 반응을 염두에 둔 행동이었기 때문이다. 어린 아이들에게 과자를 나눠주는 친근한 모습, 농부의 거친 손을 어루만지는 소박한 얼굴 뒤에는 치밀하게 계산된 정치적 의도가 숨어 있었던 셈이다. 히틀러는 혼돈의 시대를 기가 막히게 활용할 줄 아는 정치인이었다. 좌익 정당에도 흥미를 못 느끼고 그렇다고 가톨릭 정당에도 끌리지 못하는 독일 서민들이 느끼는 불안과 울분을 당대의 어느 정치인보다도 잘 대변했다. 하지만 히틀러는 인간을 지독하게 경멸하는 두 얼굴을 갖고 있었다. '자애로운 아버지'의 이면에는 유대인 수백만명을 학살하는 악마가 도사리고 있었다. 히틀러의 몰락은 찬란한 영광 못지 않게 극적이었다. 히틀러를 무너뜨린 것은 결국 그가 스스로 만들어 놓은 '1인 독재 시스템'에 있었다고 저자는 풀이한다. 스탈린은 주변 참모들의 조언을 듣고 나치와의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면 히틀러는 모든 것을 자기가 해결할 수 있다는 독단과 오만에 빠져 독일 전체를 파멸로 몰아넣었다. 결국 히틀러는 1945년 4월 30일 총리 관저 지하 벙커에서 권총으로 자살하며 파란만장한 생을 마감했다. 1권 5만원ㆍ2권 6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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