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경영자 신년사로 본 대기업 경영방향
구조조정 지속적 추진…수익 위주 내실다진다
주요 대기업들이 2일 일제히 시무식을 갖고 새해업무를 시작했다.
재계는 올해 경제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위기는 기회'라는 인식 아래 수익성과 현금창출 능력을 높여 유동성 확보에 나서는 등 내실경영에 주력할 예정이다. 또 미래 핵심사업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면서 경쟁력 확보를 위한 구조조정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삼성그룹은 이날 오전 신라호텔에서 이건희 회장과 임원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신년 하례식을 갖고 올 한해 그룹의 발전을 기원하는 단배식을 가졌다.
이 회장은 신년 메시지를 통해 "올해는 경제성장이 둔화되는 가운데 구조조정을 마쳐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 전개될 것"이라며 "구조조정을 다시 한다는 각오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디지털 리더로서의 역량 축적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LG그룹은 이날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구본무 회장과 400여명의 임원이 참석한 가운데 그룹 시무식을 대신하는 간단한 새해 인사모임을 가졌다.
구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기회를 활용해 언제라도 뜻한 바를 펼치기 위해서는 현금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현금창출에 주력해야 한다"며 수익성 개선과 구조조정의 지속적인 추진을 강조했다.
SK그룹은 시무식 대신 워커힐호텔에서 손길승, 최태원 회장을 비롯한 재경지역 임원들이 참석하는 신년교례회를 가졌다.
손 회장은 이날 "세계 정보통신업계의 강자로 입지를 다지고 생명과학 등 신규사업을 육성하는 한편 고객 위주의 사업을 통해 '시장을 만드는 회사'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ㆍ기아자동차는 서울 양재동 새 사옥 2층 강당에서 이사대우 이상 임원과 서울지역 지점장, 본사 대리급 이상 사원 등 9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양사통합 시무식을 가졌다.
포항제철 유상부 회장은 임직원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포항본사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올해는 민영기업으로 새로운 역사의 장을 여는 원년"이라며 "선진 경영시스템의 토대 위에서 세계 최고의 철강경쟁력을 확보하자"고 말했다.
현대건설은 이날 오전 9시 서울 계동사옥에서 김윤규 사장 주재로 시무식을 가졌다.
김 사장은 "지난해는 유동성 위기로 해외수주가 부진했다"며 "올해는 해외수주에 전력을 다하는 한편 수익성, 유동성 중심의 투명경영에 주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화그룹은 내실경영과 변혁을 강조하는 김승연 회장의 신년사를 오전 8시 사내방송을 통해 전달한 뒤 계열사별로 간단한 시무식을 가졌다.
동부그룹도 동부화재빌딩에서 회장단과 임원진, 계열사 간부직원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시무식을 가졌고 코오롱은 그룹 구조조정 본부 및 각 계열사, 사업장별로 임직원들이 따로 모여 이웅렬 회장의 신년사를 대독하며 시무식을 가졌다.
재계의 신년사 키워드로 본 주요기업 새해 전략은 크게 네가지로 구분된다.
첫째가 '수익성 중심의 내실경영'이다. 아울러 세계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경쟁력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급변하는 기업환경의 변화에 신속하고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사업구조를 갖추기 위해 조직과 사업체질을 바꾼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전략으로 제시하고 나섰다.
이와 함께 투명성을 바탕에 깐 정도경영으로 시장의 신뢰를 높이는데 주력하겠다는 방침도 강조하고 나선 경영전략이다.
이 같은 내용은 서울경제신문이 삼성, 한화, 코오롱, 두산 등 대기업 집단과 삼성전자, 현대ㆍ기아자동차, 포항제철, 현대건설 등 주요기업 28개사의 최고경영자들이 발표한 '2001년 신년사'를 분석한 결과에 따른 것. 분석 방법은 신년사 가운데 최고경영자들이 강조한 핵심 키워드 3개씩을 뽑는 형태로 진행됐다.
◇내실경영
신년사를 발표한 기업 가운데 삼성ㆍ한화ㆍ두산ㆍ코오롱ㆍ동양그룹과 현대ㆍ기아차, LG전자ㆍ현대건설ㆍ한진해운ㆍ한진중공업ㆍLG상사ㆍ대우자동차 등 절반이 넘는 20개사가 수익성 중심의 내실경영으로 유동성 확보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재계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유동성 확보를 최대 목표로 여기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이들은 무리하지 않는 투자와 매출전략으로 수익성 중심의 안정적인 성장을 추진하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이는 곧 '선택과 집중전략'으로 구체화한다.
◇경쟁력 제고
삼성ㆍ효성을 비롯 삼성전자ㆍ대우전자ㆍ삼성전기ㆍ삼성SDIㆍ대한항공ㆍ삼성중ㆍ한진중공업 등이 키워드로 내세우고 있다.
국내 경제상황에 구애받지 않고 안정적인 경영전략을 펼수 있는 전략은 세계시장의 진출이다.
이를위해 가장 확실한 방법이 바로 세계 어느 시장에서나 통할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
◇경영 및 사업구조 재편
김승연 한화 회장은 "21세기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새로운 경영시스템이 필요하다. 선별과 육성을 통해 핵심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화 뿐 아니라 두산ㆍ코오롱과 포철ㆍ삼양사ㆍSK글로벌ㆍ현대건설 등의 최고경영자들은 새로운 경영방식 및 사업구조 재편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나섰다. 이에 따라 올해도 재계에는 변화와 개혁의 바람이 강화게 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의지를 가장 강조하고 나선 분야는 새로운 수익구조 창출이 시급한 종합상사와 만성적인 공급과잉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섬유업계. 변화의 필요성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또 그동안 시대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않았던 철강업계도 조직개편 등을 통해 변신을 꾀하고 있다.
◇정도경영
코오롱ㆍ효성ㆍ동양과 포철ㆍ현대건설ㆍ대한항공ㆍ현대상선ㆍ대우자동차 등이 강조하고 나선 핵심 경영전략이다. 투명하고 책임있는 경영을 통해 시장의 신뢰를 높이는데 역점을 두어 경영안정을 꾀하겠다는 의지다.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고 있는 포철이 고객중심의 경영을 선언한 것은 이 키워드가 올해 재계 전체의 화두로 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임석훈기자 shim@sed.co.kr 최형욱기자 choihuk@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