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아직도 '후진국형 참사'가…

지난 휴일 경북 상주 공연행사에서 어린이와 노약자 11명이 죽고 90명이 부상을 입는 대형 압사사고가 발생했다. 우리는 과연 선진국의 문턱에 진입했는가. 반도체ㆍ휴대폰ㆍ조선 등 세계 일류상품을 대거 생산해내면서 국민소득 2만달러시대 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과연 나올 법한 사고인가. 사고 상황에 대한 진상이 밝혀지면서 주최 측의 안이한 사전 준비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우선 행사 당일 안전요원이 턱없이 부족했다. 1만여명의 인파가 몰렸지만 행사장 주변에는 경찰관 15명과 경비용역 업체 직원 25명을 비롯, 국제문화진흥협회가 보내온 아르바이트생 등 현장 관리자가 130여명에 불과했다. 애초부터 이를 통제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특히 80여명의 아르바이트생은 대부분 공연 진행과 관련한 전문교육을 받지 않은 대학생들인데다 사고가 난 직3문에는 안쪽 4명, 바깥쪽 4명 등 고작 8명의 경비요원밖에 없었던 것으로 알려져 안전관리가 크게 허술했다. 주최 측이 이날 지정좌석제가 아닌 선착순 입장을 한 것도 무질서를 부추겼다. 사고가 난 오후5시40분께 트랙을 거쳐 운동장으로 들어가는 5개의 문 중 직3문이 열리자 무대 앞의 좌석을 차지하기 위해 진을 치고 있던 5,000여명이 한꺼번에 운동장으로 쏟아지면서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다. 너비 6m에 불과한 문에 사람들이 뒤엉키면서 100여명이 탑처럼 깔리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목격자들은 전하고 있다. 사고 현장에는 구조 인력도 전혀 배치되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 소방 당국은 상주시의 협조 요청에 따라 행사 시작 전이 아니라 시작시간대인 오후7시부터 오후9시까지 시민운동장 주변에 구급차 1대와 펌프차 1대를 배치하기로 해 신속한 구조가 이뤄지지 못했다. 경찰이 국제문화진흥협회의 주장처럼 경찰력 파견 요청을 묵살했다면 상당한 비난이 예상된다. 행사와 연관된 기관들이 전혀 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은 점도 사상자 피해보상 문제를 어렵게 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주최 측의 무성의함이 빚어낸 어처구니 없는 ‘후진국형 참사’로 기록되게 됐다. 이번에 우리는 부끄러운 안전의식 수준을 한단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이 같은 일이 절대 일어나지 않도록 원인을 철저히 파헤치고 책임도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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