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공공의 적(敵)

대통령 탄핵 정국 와중에도 금융시장이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천만다행이다. 그러나 위기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사실 대통령 탄핵과 관계없이 한국 경제에는 이미 빨간불이 들어온 상태다. 외신들은 지난 IMF 사태가 기업부채에 의해 야기됐다면 제2의 위기는 가계부채에서 불거질 것이며, 부동산 버블 붕괴가 그 `뇌관`역할을 할 것이라는 진단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일반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소득수준에 비해 과도하게 높을 경우 반드시 거품은 빠지게 마련이며, 이 경우 마이너스 자산효과로 경제는 침체 양상을 보이게 된다. 특히 과도한 차입을 한 상태에서 부동산 버블이 붕괴하는 부채 디플레이션(debt deflatoin)이 발생할 경우 치유하기 힘든 복합불황에 빠질 공산이 크다. 고통이 뒤따르겠지만 여기까지는 정부의 통제가 가능한 부분이다. 마음만 먹는다면 선제적 조치를 통해 리스크를 상당부분 줄일 수 있다. 문제는 불가항력적인 외생변수들이 산적해 있다는 점. 당장은 아니더라도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인상에 나설 경우 한국 경제는 동반 금리인상→자산가격 폭락→금융기관 부실 심화→신용경색→기업 및 개인 파산 속출의 경로를 밟을 가능성이 높다. 전반적인 달러 약세로 수출 채산성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찾아온 원자재난 역시 우리에겐 직격탄이 될 수 있다. 특히 높은 원자재 가격은 수입물가 상승을 통한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시켜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노조시위를 격화시킬 공산이 크다. 테러를 비롯한 지정학적 리스크 증가, 중국의 버블 붕괴 가능성 등 우리 경제를 둘러싸고 있는 외부환경은 한마디로 지뢰밭 투성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는 성장 신화에서 빠져 나와 물가상승률을 예측 가능한 수준으로 통제하고, 금리와 재정적자 역시 적정수준으로 유지하는 등 안정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환율은 상시적 체크 대상이고, 생산성과 고용 감소에 대해서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만일 단기간 내 경제 회복을 장담한다면 그것은 기만에 가깝다. 총선을 의식해 경제 정책을 `올인`하는 속도전은 더욱 위험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불확실성(uncertainty)의 증폭이다. 혼란을 먹고 사는 불확실성이야 말로 경제엔 `쥐약`이다. 탄핵 정국까지 겹쳐 어수선한 요즘 편가르기, 여론몰이, 불법시위를 통해 조장되는 불안심리야 말로 공공의 적(敵)이다. <정구영기자 gychu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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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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