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재설정 등을 문제 삼아 경의ㆍ동해선 철도 시험운행을 일방적으로 취소해 남북간 경협 사업에 적신호가 켜졌다.
남북관계가 급속히 냉각됨에 따라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3+5대 경협사업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우려된다. 이에 따라 다음달 초 제주도에서 열릴 예정인 제12차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경협위)귀추가 주목된다.
◇남북 경협에 먹구름=통일부는 지난 2월 올해 업무추진 계획을 발표, 기존 3대 경협사업을 심화ㆍ발전시킨 뒤 농업ㆍ수산업ㆍ임업ㆍ경공업ㆍ광업 등 5대 신(新)경협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그러나 3대 경협사업 중 철도ㆍ도로연결을 제외한 개성공단건설ㆍ금강산관광 사업은 성과를 올리며 자리를 잡고 있다. 철도ㆍ도로 연결만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정부 입장에서도 철도ㆍ도로연결 문제를 건너 뛰고 5대 신경협사업으로 넘어가기가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특히 철도ㆍ도로연결 등 대부분 경협사업은 남북간 군사적 보장조치를 반드시 필요로 한다. 반면 북측이 서해 NLL 재설정 문제를 이유로 군사적 보장조치에 동의하지 않고 있어 서해상 어업협력, 임진강 수해방지 사업 등이 당분간 공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 정부는 서해상을 우선 대상으로 생산ㆍ가공ㆍ유통 분야의 수산협력을 추진, 공동어로까지 협력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었다. 양측이 서해 NLL 문제를 놓고 타협점을 찾지 못할 경우 3+5대 경협사업은 제대로 속도를 내기 어렵다는 게 문제다.
◇경협위서 실마리 찾을까(?)=남북은 다음달 초 제주도에서 제12차 경협위 본회담을 개최할 것으로 잠정 합의했다. 그러나 북측이 일방적으로 철도 시험운행을 취소해 경협위 본회담이 예정대로 개최된다 해도 남북이 서로 상당한 마찰을 빚을 것으로 우려된다.
남북은 지난 19일 경협위 위원급 실무접촉을 통해 우리측이 의류ㆍ신발ㆍ비누 등 경공업 원자재를 북측에 제공하고 북측은 남측에 아연ㆍ마그네사이트ㆍ석탄 등 지하자원에 대한 투자ㆍ개발권을 보장하기로 의견 접근을 봤었다.
우리 정부는 이번 일로 여론이 극도로 악화된 상황에서 의류ㆍ신발 등 경공업 원자재를 북측에 지원할 경우 ‘대북 퍼주기’라는 비난을 받게 된다. 따라서 이번 경협위 본회담에서는 남북 경협이라는 의제보다 철도 시험운행 무산에 대해 북측에 강력하게 항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북측도 서해 NLL 재조정 등을 거론하며 남측에 맞설 것으로 예상돼 결국 소모적인 정치적 논쟁만 벌일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남측은 경공업 원자재ㆍ비료ㆍ식량 지원 등 협상 카드를 꺼내 북측을 압박할 것으로 관측된다. 우선 북측 역사 건축 마무리와 개성역 배수로 공사에 필요한 50억원 상당의 공사 자재를 지원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정부 당국자는 “북측에 결자해지 차원의 해결을 촉구하고 여러 조치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여기서 언급한 여러 조치는 경제적 지원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