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자동차 내수시장은 폐쇄돼 있다. 경쟁이 더 치열해져야 자동차 업체들도 발전할 수 있다.”
이 달 말 임기가 끝나는 제롬 스톨 르노삼성자동차 사장이 지난 16일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올해 경영계획 발표를 겸해 가진 공식 이임행사 자리에서 한국의 자동차 산업에 대해 따끔한 충고를 잊지 않았다.
스톨 사장은 “한국인들은 훌륭하게 성장해 온 한국의 자동차 업체에 대해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며 “하지만 앞으로도 이러한 성장을 이어갈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내수시장은 5개 완성차 업체를 중심으로 어느 정도 폐쇄돼 있다”며 “이로 인해 모델에 한계가 있고 신차 출시가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금보다 더 치열한 경쟁이 있어야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완성차 업체에 부품을 공급하는 협력업체들 역시 대부분 한 곳에 납품하는 것에 익숙해 져 있어 아직 기반이 굳건하지 못하다”며 “반면 유럽의 부품업체들은 여러 곳의 완성차 업체에 납품할 기회를 가지면서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한국 자동차 업체들이 시장에 가깝게 다가서기 위해 해외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지만 환율 문제로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며 “환율변화는 피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기 위한 경쟁력을 더욱 높여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스톨 사장은 지난 2000년 9월 르노삼성의 출범과 함께 한국으로 들어와 ‘SM 시리즈 신화’를 통해 법정관리에 놓였던 회사를 흑자로 전환시키며 르노-닛산 그룹의 핵심계열사로 키워낸 주역. 매주 한국어 과외를 받고 폭탄주와 회사 인근 남대문 시장에서 파는 갈치조림을 즐기며 한국을 ‘제2의 고향’으로 삼았던 그는 “성실하고 능력 있는 사람들과 함께 일했던 지난 5년 6개월이 내게는 영광의 세월이었다”며 “르노삼성이 ‘글로벌 기업’ 도약을 위한 큰 걸음을 뗀 것에 대해 만족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스톨 사장으로부터 바통을 이어 받는 장 마리 위르띠제 신임 사장도 이날 행사를 통해 한국에 첫 부임 인사를 했다. 그는 “스톨 사장이 워낙 많은 성과를 올려 앞으로 더 좋은 실적으로 내야 하는 부담감이 크다”며 “르노삼성이 세계로 무대를 넓혀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