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송현칼럼] 경기회복정책 흔들림 없어야

[송현칼럼] 경기회복정책 흔들림 없어야 지난주 한국과 미국의 중앙은행이 금리변경을 단행했는데 두 가지 큰 차이점이 있었다. 첫째, 미국 연방은행은 금리를 올렸지만 한국은행은 그 반대로 내렸다는 점이다. 둘째, 더 중요한 차이점은 미국의 금리인상은 그 동안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발언을 지켜본 사람이면 누구나 예상할 수 있었던 일인 데 비해 박승 한국은행 총재가 한국경제에 관해 한 말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금리인하가 뜻밖이었다는 점이다. 미국이 현재 경기호황을 누리게 된 가장 큰 비결 중 하나는 정부와 통화당국이 경제회복에 필요한 대책을 일관성 있고 또한 정책의 조화를 잘 이뤄가며 추진한 데 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취임 후 곧바로 대폭적인 감세와 같은 재정정책을 마련해 이를 꾸준히 시행했고 그린스펀 의장은 금리를 지속적으로 인하해 사상최저 수준으로까지 낮췄다. 재정적자가 커질 것을 염려하는 목소리나 의회에서의 반대의견도 없지 않았지만 정해진 정책기조를 흔들림 없이 추진한 것이다. 우리나라 경제가 불황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는 것은 경기회복을 위한 정책을 제때 수립해 시행하지 못한 탓이 크다. 그 배경에는 수출이 잘되니까 내수가 곧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경기조절보다는 구조개혁을 우선 해야 한다는 생각이 깔려 있었다. 한국경제의 문제는 기업금융 부문 등의 제도개혁과 성장동력산업의 발굴 같은 근본적인 대책으로 풀어야 한다는 시각이다. 옳은 얘기다.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높이고 선진 고도사회로 진입하기 위해 경제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은 두말할 나위 없다. 그런데 세계적 경제학자인 폴 크루그먼이 지적한 것처럼 모든 경제문제가 구조적인 데서 오는 것은 아니다. 외환위기 직후 한국에서 기업이 줄줄이 파산하고 실직자가 늘어난 것은 한국경제의 구조적인 병폐 때문이 아니라 IMF가 그릇 처방한 고금리 정책과 재정긴축 때문이라고 한 그의 주장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케인스 이래 세계 거의 모든 나라의 정부가 사용하는 경기조정정책을 우리는 ‘인위적’인 경기부양이라는 거부감을 가지고 애써 외면해왔다. 그 결과 소비와 투자가 1년 넘게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가운데 고유가의 충격을 맞게 되고 급기야 미국ㆍ중국ㆍ일본 등 온 세계 경제가 호황을 누리는 상황에서 글로벌 추세와 엇박자를 놓는 금리정책을 채택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부총리가 금리인하를 두고 얘기한 것처럼 늦은 감은 있지만 이제라도 경제회복을 위한 정책에 정부가 총력을 쏟아부어야 한다. 정치권도 예외는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정부, 여당과 야당 사이에 재정지출 확대와 감세를 두고 논쟁을 벌이는 것은 사태의 긴박성을 깨닫지 못하는 일이다. 경제정책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시차가 있기 때문에 재정지출이든 세금감면이든 지금 당장 결정해 시행하더라도 경기부양 효과가 나타나려면 적어도 내년까지는 기다려야 한다. 제대로 되려 했으면 지난 7월에 추경예산을 짤 때 경제상황에 맞춰 적절한 내용과 규모의 대책을 마련했어야 했다. 내년 이후의 정책방향에 대한 논란만 벌일 것이 아니라 지금 필요한 대책을 빨리 합의하고 만들어 집행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긴요하다. 적절한 경기조절대책은 재정지출 증대와 세금감면 양자를 다 포함해야 하고, 그 사이의 실책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경기회복이 가능하도록 충분한 규모가 돼야 하며 재정적자에 대한 지나친 우려로 계획을 그르쳐서는 안된다. 이와 관련해 환율과 경상수지정책에 대해서도 차제에 진지하게 재검토해야 한다. 수출을 통해 내수를 회복하기가 어렵다는 점은 이제 명확해졌다. ‘내수가 어려운데 수출이라도 잘 돼야지’하는 생각도 큰 맹점이 있다. 만약 환율이 높아 수출이 잘되는 것이라면 높은 환율만큼 수입 원료를 비싸게 산다는 얘기므로 내수가 줄어들게 마련이다. 경상수지 흑자가 쌓이는 것 또한 지금 상황에서는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기름 값으로 배럴당 50달러 가까이 주고서도 계속 흑자를 남기려면 허리띠를 꽁꽁 졸라매지 않고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입력시간 : 2004-08-15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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