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송현칼럼/2월 16일] 동서양 기업문화와 부끄러움

[송현칼럼/2월 16일] 동서양 기업문화와 부끄러움 이 종 열 Pace대 석좌교수·경영대학원 구제금융을 받은 기업 최고경영진에 대한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의 보수제한조치는 그야말로 ‘무책임의 극치’를 보여준 월가에 부정적인 여론을 대변한다. 미국은 자유시장경제를 신봉하는 나라이고 가진 자에 대한 시기심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하면서도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2008년의 엄청난 영업손실에도 불구하고 수백억달러에 달하는 보너스를 챙긴 월가의 뻔뻔스러움에 대해서 경고했다. 어쩌다 월가의 보수 산정에까지 대통령이 관여하게 된 것일까. 월가에서는 인간의 기본양심조차 없는 것일까. 대답은 간단하다. 월가에서는 부끄러움이라는 마음이 없다. 동양에서 부끄러움이라고 생각하는 미덕이 미국 기업문화에서는 애당초 존재하지 않았다. 지금은 거의 망하게 된 미국 자동차 빅3의 최고경영자(CEO) 급여는 옛날부터 자동차조립 노동자들의 급여의 수백배가 됐다. 그들의 업무성과가 놀라워서가 물론 아니었다. 훨씬 나은 성과를 이뤘던 도요타 등 일본 자동차 메이커들의 CEO 급여는 임금 노동자들의 그것과 비교해서 30배가 넘은 적이 없었다. 거기에다가 경기가 어려우면 시간제 노동자들을 툭하면 해고하고 그들의 임금을 깎은 다음 적어진 비용으로 회사의 이익이 올라가면 최고경영진에서는 이익금 곱하기 몇%로 계산되는 보너스로 수백만달러씩 챙겼다. 지금은 자동차노조의 비현실적인 후생복지비용 등으로 빅3의 채산이 맞지 않는다지만 경기가 안 좋다고 툭하면 자기들을 해고하는 그런 경영자들의 밑에서 무슨 애사심이 생기고 충성심이 생겼겠는가. 그러니 노조에서도 기회만 있으면 무슨 수를 쓰든 단체협약에 그들에게 유리한 조항들을 넣다 보니 지금 그 모양이 돼버린 것이다. 미국의 기업문화는 ‘너희가 받을 수 있을 때 받으라’는 것이다. 동양에서처럼 ‘내가 성실하게 일하면 나중에 무슨 보상이 있겠지’하는 것은 바보들의 얘기로 치부한다. 보통 미국 직장에서도 잘 따지고 봉급 올려달라고 시끄럽게 하는 이들이 항상 더 받는 게 사실이다. 이번 제한조치가 무슨 실질적 효과를 가져올까. 그에 대한 답은 회의적이다. CEO 급여가 50만달러를 넘으면 정부에 대한 채무를 우선주 배당금과 이자와 함께 보상하고 남는 이익잉여금이 있는 경우에만 제약이 가해진 주식형태의 보상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50만달러 이상의 급여 제공에 주주들의 투표를 가능하게 하고 있다. 그리고 황금낙하산이라고 불리는 과도한 퇴직금 지급을 금지하고 전용 제트기 사용 등의 호화로운 혜택 제공시에는 일반 주주들에게 충분히 알리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항상 그러하듯이 이번 조치에서도 수많은 빠져나갈 구멍들이 있다. 제약을 둔 주식보상제도를 눈치 있게 쓰면 상한선인 액수를 넘어갈 수 있고, 최고경영층이 아니라고 조직차트를 영리하게 고치면 되고, 낮은 주가로 휴지가 된 주식옵션을 다시 바꿔줘도 되고, 급여보상의 시기를 조정해서 연금형식으로 주는 등 회사들이 정부의 제한조치에서 빠져나갈 구멍은 많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정치인이다. 그도 이번의 최고경영층의 급여제한이 실질적 효과를 가져오지 못한다는 것은 아마 알 것이다. 그러나 일반 대중들이 지금의 선언으로 조금 시원하게 여기게 된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아마 이런 부정적 분위기가 정부보조를 받지 않는 회사들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다. 모든 회사의 이사회에서 앞으로 최고경영층 급여산정을 할 때마다 지금까지 해오던 방식으로 하기는 상당히 어려울 것 같다. 혼자 웃는 김대리~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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