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신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17일 자신의 취약점이라고 인식돼온 금융ㆍ거시 부문 현장을 찾아 다녔다. 증권거래소와 신용회복위원회 방문은 예정된 일정이었지만 박승 한국은행 총재까지 만난 것은 다소 뜻밖이었다.
오전 일찍 증권선물거래소를 방문한 한 부총리는 코스닥시장 급락을 생각해서인지 벤처 부문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기술집약적인 중소ㆍ벤처기업 육성은 고용 창출을 위한 중추적인 경제대책”이라며 “벤처육성대책을 꾸준히 일관성 있게 추진하되 필요하면 추가 대책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 차원에서 자본시장 발전을 위해 관련규제를 대폭 개혁하겠다”며 “기관별ㆍ상품별 칸막이 규제를 기능별로 전환하고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으면 업무를 제한하지 않는 금융업포괄주의도 정착시키겠다”고 말했다.
거래소에서는 이례적으로 부동산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건설경기는 살리되 자본시장 육성 및 발전을 위해서라도 부동산 투기는 반드시 잡아야 한다”고 말한 것. 한 부총리의 이 같은 의지에도 불구, 이날 증권시장은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신용회복위를 방문해서는 “경제에 ‘공짜점심’은 없다”는 말로 자신의 경제철학을 밝혔다. 그는 “신불자의 신용회복을 돕는 데 있어 신용회복과 도덕적 해이가 충돌하는 것이 문제해결 과정에 상존하는 걸림돌”이라며 “정부 당국자들도 한번 실수한 것에 대해 다시는 같은 행위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달 말까지 생계형신불자대책을 내놓겠다고 약속했다.
박 총재와는 1시간20분 동안 점심을 같이했다. 양 측은 대부분의 대화 대용을 비공개에 부쳤다. 한 참석자는 “경기회복 기조에 대해 의견을 같이하면서도 수많은 복병이 있다는 데 공감했다”고 밝혔다. 최근 현안으로 떠오른 외환보유액의 적정성과 운용방법 등이 깊숙하게 논의되고 환율 하락 대응방안과 투기자본 문제에 대해서도 광범위하게 의견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참석자는 “박 총재가 상당히 많은 발언을 했다”고 말했다. 재경부와 한은이 그 동안 금리ㆍ환율정책의 헤게모니를 놓고 쟁탈전을 벌여왔던 점을 감안할 때 모종의 합의점이 도출됐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양 측은 회동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긴밀히 협의한다’는 말을 사용했다.